내년 '정년 60세법(法)' 시행을 앞두고 삼성·LG·SK 등 주요 대기업 그룹들은 미리 직원 정년을 2년씩 늘리고 있다. 하지만 10대 그룹 아래로 내려가면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상당수 기업이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필요한 임금피크제 등 준비가 미흡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정년 연장이 의무화되면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작년 삼성전자를 필두로 전자, 금융 등 전 계열사가 만 55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대신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만 56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을 줄이기로 했다. LG그룹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이 임금피크제까지 함께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SK그룹도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 C&C 등 주요 계열사가 정년을 60세로 늘렸다. 포스코는 2011년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연장하고 이후 2년은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대기업의 사정이 같은 것은 아니다. 대한상의가 지난 1월 전국 132개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정년 60세에 대해 준비가 잘됐다거나 상당하다는 응답은 30%에도 못 미친 반면 전혀 준비가 안 됐다거나 미흡하다는 응답이 50%를 넘었다.〈그래프 참조〉 게다가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도입했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노조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년 연장법이 기업 부담을 늘려 신규 채용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30대 그룹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작년에 비해 6.3%가량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기업들이 장기 저(低)성장으로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면서 "여기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정년 연장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신규 고용도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