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대리점. 퀵서비스 기사 김상열(37)씨는 얼마전 출시된 월 2만9900원짜리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했다. 김씨는 매일 50여통 이상의 전화를 건다. 그는 그동안 월 6만9000원 짜리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해왔다. 김씨는 새 요금제 가입으로 매달 2만5000원 정도를 절약하게 됐다.

이동통신 3사가 출시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가 한 달도 안돼 50만명을 넘어섰다. 통신사들은 이달 내로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새 요금제는 문자를 포함한 음성통화는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대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돈을 낸다. 종전 요금제처럼 통화와 데이터 양이 할당돼 있어 사용하지 않아도 요금을 지불하는 일은 사라지게 된다.

데이터 요금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 AT&T, 버라이존은 2012년, 일본 NTT도코모는 2014년부터 시행해 왔다. 구글도 지난달 데이터 요금제와 비슷한 프로젝트 파이(Fi)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에선 이달 8일 KT가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했다. 일주일 후 LG유플러스가 따라왔다. 20일에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KT, LG유플러스보다 우수한 조건을 내세우며 경쟁에 동참했다.

국내 데이터 요금제 도입이 늦은 이유는 이동통신사가 매출 하락을 우려해 도입을 미뤘기 때문이다. 기존 요금제는 가입자들이 음성과 문자, 데이터 3가지 중 하나라도 정해진 상한을 초과해 사용하면 비싼 요금을 물어야 했다. 결국 정부가 이동통신 3사를 독려해 데이터요금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한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다. 전화보다는 카카오톡으로, 문자보다는 사진과 동영상 등 데이터로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시대가 됐다. 데이터 요금제는 이동통신사들이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움직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데이터 요금제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다 쓰지 못하고 남은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는데 제약이 많다. 사용하고 남은 데이터를 다음 달로 자유롭게 이월시켜 쓸 수 있는 ‘밀당서비스’를 제공하는 KT를 제외하고는 데이터를 이월할 수 없다. 구글은 이용자가 데이터를 다 쓰지 못할 경우 남은 데이터를 돈으로 환불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을 먼저 읽고, 능동적으로 나서는 이동통신사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