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혼 인트리그 에이전시 대표

“상대의 눈썹을 보세요. 내 말이 제대로 먹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요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가장 힘든 싸움 상대는 이메일 체크, 게임, 페이스북 확인, 이런 것들이죠. 그렇게 자기 일에만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눈썹을 추켜세우고, 몸을 내게 기울이게 했다면 그건 성공이에요.”

이런 말을 하는 그녀의 눈썹도 한껏 올라가 있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달인’ 샘 혼(Horn)이다.

지난 19일 오후 약속 장소인 서울 중구 신라호텔. 그녀는 어깨까지 찰랑대는 갈색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손에는 새 책을 들고 있었다. 이달 한국에서 나온 그의 신작이다. ‘사람들은 왜 그 한마디에 꽂히는가’(갈매나무). 원제는 ‘Got Your Attention?’이다.

“어머, 이 책 들고 사진 찍어도 되나요? 한국판은 오늘 처음 봤어요!”

넉넉한 웃음에 시시각각 변하는 풍부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냉철한 비즈니스 협상가’ 이미지일 거라는 기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는 호들갑스럽게 몸을 흔들며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원하는 예시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땐 인상을 찌푸리며 허공을 바라봤다. 적절한 말이 떠오르면 3초도 되지 않아 이내 표정을 풀고 생글거렸다. 하지만 말소리는 분명하고 힘이 있었다.

“이거 보세요. 여기 이렇게 금붕어가 그려져 있어요. 요즘 사람들의 기억력 지속 시간이 금붕어만 못하다는 걸 강조한 거죠. 우리의 숙제는 그런 사람들의 관심을 60초 안에 나에게 끌어오는 거예요. 우리는 ‘관심 끌기’ 비즈니스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다른 책도 보여줬다. 베스트셀러 ‘Tongue Fu’(국내에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으로 번역 출간)였다. ‘혀(tongue)’와 중국 무술 ‘쿵후(kung fu)’를 결합해 만든 제목이다.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제압당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대화법을 말한다. 이 책 뒤에는 ‘설득의 언어, 엘리베이터 스피치’(원제 POP!)로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짧은 시간에 자기 생각을 빠르게 전달하는 기법을 설명한 책이다.

이번에 내놓은 신작은 ‘어떻게 하면 순식간에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아리더십 콘퍼런스에 연사로 내한했다. 그를 따로 만나 ‘주목받는 비법, 관계의 마법'에 대해 물어봤다.

-책에서 ‘Intrigue(강한 흥미를 끌다)’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삼았다. 왜 하필 Intrigue인가?

인간의 기억력이 금붕어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금붕어의 기억력 지속 시간이 9초인데 인간은 8초에 불과하다. 요즘 쓰이는 말 가운데 ‘infobesity’(정보를 뜻하는 information과 비만을 뜻하는 obesity의 합성어)란 단어가 있다. 사람들이 “더는 정보를 원하지 않는다”(don’t wan’t more informations)는 뜻이다.

이 시대 사람들은 인터넷만 되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수 초 만에 정확하고도 쉽게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정보가 모두 무료다. 우린 더 이상 ‘정보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관심끌기(intrigue)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우리가 어떤 것에 관심을 두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사업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치자.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도 없고, 사업 허가를 받을 수도 없다. 아무리 멋진 생각도 실행에 옮길 수가 없다는 얘기다.

내가 이 책을 쓴 것도 너무나 많은 사람의 아이디어가 수포로 돌아가는 걸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가치 없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너무나 바쁜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이 책을 썼다.

-이번 책에서는 관심끌기와 함께 ‘관계 맺기’에 주목한 게 특히 눈에 띈다.

소설가 E. M. 포스터(Forster)는 “당신 삶의 목적이 뭐냐”고 묻자 딱 두 단어를 말했다고 한다. “오직 연결(only connect).” 그만큼 관계맺기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누구도 우리에게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학교에선 수학, 과학, 역사를 가르치지만 사람들과 진심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한지 가르치지 않는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요즘 온라인 소통도 쌍방향이 아니라 게시글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면이 강하다.

온라인 역시 상대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이나 웹사이트에 어떤 의견이나 글을 올린다고 하자. 자신의 게시물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면, 읽는 사람에게도 관련이 있고 흥미로운 걸 올려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련 없는 일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요즘 많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웹사이트에 여러가지 글과 이야기를 올린다. 내용도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처음 쓸 때 누가 그 글을 읽을지, 읽는 사람과 관련되는 건 어떤 부분인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엘레노어 클리프트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린 모두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를 갖기 위한 경주를 하고 있다.(We all in a race to be relevant)”

온라인에 게시글을 올리기 전부터 우리 머릿속에는 “누가 이 글을 읽을 것인가"라는 게 분명하게 그려져야 한다. 그런 고려와 배려가 없다면, 글을 써 놓고서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린다"고 해봤자 소용 없다.

실제 말할 때든, 온라인에서 공감을 얻는 게시물을 올릴 때든 똑같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이야기를 전달할 상대방이 ‘눈썹을 추켜세우도록' 만드는 거다. 아시아 리더십 콘퍼런스부터 한번 보자.

국제 콘퍼런스 아닌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각자의 언어를 알든 모르든, 사람들이 얼마나 내 말에 귀 기울이는지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들의 눈썹을 보면 된다!

만약 인상을 찌푸리고 있거나, 눈썹 끝이 아래로 처져 있다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혼란스럽다"는 뜻이다. 혼란에 빠진 사람은 절대로 긍정적인 대답, “Yes”를 말하지 않는다. 혹은 눈썹이 일자를 그리고 있거나,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당신 말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아니면 보톡스를 맞은 지 얼마 안됐거나. (웃음)

반대로 눈썹을 추켜세우면 어떤가? 그 말은, 상대가 내 말에 관심을 갖고 궁금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에 어떤 말이 이어질지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60초 안에 사람들이 ‘눈썹을 추켜세우도록' 만드는 거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요즘 가장 힘들게 맞서 싸워야 하는 상대는 이런 거다. 이메일 체크, 게임, 페이스북 확인…. 그렇게 자신의 일에만 관심 두는 사람들이 눈썹을 추켜세우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게 만들면 성공이다. 내가 다음에 할 말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다. 그러니 말하고 있는 게 제대로 먹히는지 알아보고 싶으면 눈썹을 보면 된다.(웃음)

-단번에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세 번 던지라고 했는데.

모든 언어는 문학적인 면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다. 학교 다닐 때 토론 해본 적 있나? 보통 패턴이 ‘여차여차해서 결국 이렇게 됐다(whereby, whereby, whereby and therfore)’는 수순을 취한다. 뻔한 대화법이다. 하지만 정말 내가 상대의 관심을 끌고 싶다면 “이거 아세요(did you know)?”라는 질문부터 던지는 게 낫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 콘퍼런스에서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연설을 했다. 그가 말한 내용 가운데 인상적인 게 “우리 회사 직원의 49%가 여성입니다"라는 얘기였다. 사람들이 흥미롭다고 할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약간만 바꿔 이렇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회사 직원의 49%가 여성이란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우리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모두 여성이란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우리 직원 가운데 50% 이상이 1980년대 이후에 출생했다는 걸 아십니까?"

만약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을 한 번만 하면, 청중의 상당수는 하던 일을 계속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두 번째로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을 들려주며 질문하면 사람들이 고개를 들 것이다.

뒤이어 세 번째에도 놀라운 질문을 던지면 그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다는 건 내 생각을 실현할 기회도 더 많아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동안 쓴 책을 보면 일관 되게 '질문의 힘'을 강조한다.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이 자동차 안에 거는 고리(hook)를 팔려고 했다. 처음엔 나도 재미 없을 걸로 생각했다. 사진을 보니 정말 그냥, 핸드백 거는 고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발표 자리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먼저 자기 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에 실제 크기의 자동차 좌석을 끌어다 놓았다. 그 자동차 좌석에 핸드백을 던져놓고, 운전하는 흉내를 내면서 이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여러분,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급정거한 경험 있으세요? 그 때마다 여러분의 지갑이나 휴대전화, 화장품, 모든 소지품이 자동차 좌석 밑으로 굴러 떨어지죠? 이걸 줍느라 여기저기 부딪치고, 뒷차는 경적을 울리고…

그렇게 고생한 일 없으세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면 어떨까요? 제가 개발한 이 고리는...." 제품에 대한 설명이 채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한 남성이 벌떡 일어났다. "두 개 삽니다! 하나는 아내 몫, 하나는 내 몫으로요."

이 발표는 어떤 점에서 잘 된 걸까? 그는 먼저 실물 크기의 자동차 좌석을 갖고 앞으로 나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청중이 눈썹을 ‘추켜세우도록’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또 그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누구나 한 번은 겪어본 경험을 예로 들었다. 즉, 같은 경험으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연결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청중에게 질문을 했다는 점이다. “이런 경험 있으세요?” 그 질문을 들은 사람들은 “맞아요!” “아, 더는 그런 일 겪고 싶지 않아요!”하고 대답했다. 단 60초 만에 청중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자신의 주제에 청중이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이것이 바로 질문의 힘이다.

-책 뒷부분에선 ‘듣기에서 창의력이 나온다'고 했다.

결국 ‘듣기’란 또 다른 질문의 방법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열중해서 들으면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 말이 그들에게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생기는 거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듣기'가 굉장히 어렵다.

작가이자 연설가인 프란 레보비츠(Fran Lebowitz)가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하기의 반대를 듣기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가 말할 차례를 기다릴 뿐이다.” 정말 그렇지 않나?(웃음) 이런 태도는 진정한 듣기라고 할 수 없다. 이런 듣기에서는 새로운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궁금한 것도 없는 것이다.

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경청하면 새로운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렇기에 듣기가 질문의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아들 앤드류는 20대 초반에 비영리 단체를 만든 적이 있다.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Dreams for Children’이라는 단체다. 그는 하워드대학교의 캠퍼스 센터를 무료로 빌려서 빈곤 가정을 초청해 ‘희망 프로그램'이란 행사를 하려 했다.

앤드류는 그 캠퍼스 책임자와 15분 동안 만나기로 했다. 첫 2분 동안, 앤드류는 열심히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센터 책임자가 자기 이야기를 거의 듣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렇게 공짜로 센터를 빌려달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앤드류는 말을 멈추고 전략을 바꿨다.

앤드류는 그 사무실을 둘러봤다. 센터 벽에는 기업인이나 정치인, 교육자 등 이 캠퍼스 센터를 졸업하고 성공한 제자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앤드류는 거꾸로 센터 책임자에게 물었다. “왜 캠퍼스 센터 관리 일을 하고 계신가요?”

책임자는 입을 열었다. “나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공부를 계속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이 센터의 지원 덕분에 공부를 할 수 있었죠. 그래서 나처럼 이런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지원해주기 위해 다시 캠퍼스 센터로 돌아와서 일하는 겁니다.”

그 말을 끝까지 잘 들은 앤드류는 곧장 “그게 지금 제가 하려는 일이에요!”라고 했다. 그러자 그 책임자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래요, 우리 센터에서 행사 진행하세요!”라고 흔쾌히 승낙했다. (웃음)

여기에서 중요한 건, 앤드류가 혼자 말하기를 멈추고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경청했다는 점이다. 청자였던 책임자에게 앤드류가 질문을 던지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 사람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식의 경청과 질문이 서로에게 유익한 관계를 낳는다.

-책에서 늘 ‘번쩍하고 생각나는 순간’ 기록하라고 했다. 언제부터 해온 습관인가?

17년 전 마우이에서 열렸던 작가 콘퍼런스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드와이트 존스와 함께 해변을 걸었다. 그런데 그가 몇 걸음 걷다 말고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곤 작은 공책을 꺼내 들고 뭔가를 황급히 적었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곧바로 다시 멈춰 서서 또 뭔가를 적었다.

하도 자주 그런 행동을 반복해서 “아니 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하고 물어봤다. 그는 “평소에 기발한 생각이 자주 떠오르는데, 막상 칼럼에 쓰려고 보면 잊어버릴 때가 잦아서 그때그때 적어두는 것"이라고 했다.

그때 나도 깨달았다. 우리는 우리 마음의 소리로부터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we make our living from our minds)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만약 이런 마음의 소리에 그때그때 귀 기울이고 제대로 받아 적지 않는다면 금방 사라지고 만다.

마우이 작가 콘퍼런스에는 기라성같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서로 주장하는 바도 모두 달랐다. 그런데 딱 하나, 이견 없이 동의한 게 있다. 바로 “생각나는 순간 바로 적으라(Ink it, When you think it)”는 말이었다.

책에서 ‘번쩍 하는 순간 받아 적으라’고 한 건 우리가 좀 더 세상을 매혹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에 호기심이 가득한 눈(Intrigued eyes)으로 다시 세상을 바라보면, 평범했던 일상도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

철학자 프레데릭 프랑크의 말처럼, “다시 눈을 떠서 세상을 바라보면 무엇하나 당연하게 보이는 게 없다"는 거다.

-책에서 ‘상대의 시간을 적게 뺏으라'고 조언했는데?

리처드 브랜슨은 “시간은 새로운 돈(Time is the new money)”이라고 했다. 나는 “시간은 새로운 신뢰(Time is the new trust)”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사람의 집중력이 금붕어만도 못하다고 말하지 않았나? 누구도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 오랜 시간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통 이렇게 생각하며 앉아 있지 않을까?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네 말이나 듣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고. 빨리 끝내.’

그러니 우리가 처음부터 상대방의 시간을 ‘뺏는다’는 걸 안다고 밝혀야 한다.

“저도 당신이 바쁘다는 거 잘 압니다. 그런데 2분만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그런 말이 없으면 사람들은 초조해 한다. ‘이 사람이 도대체 날 얼마나 붙들고 있으려고 이러는 거지?’ 청자가 이런 불안을 느끼면, 당연히 내 이야기에도 집중할 수 없다.

“시간이 얼마나 있으세요?” 하고 물은 뒤, 그보다 적은 시간만 내어 달라고 양해를 구하면 대화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내가 지금 짧은 예를 들어 볼 텐데, 혹시 들을 시간 있나? (웃음)

내 고객 가운데 마이크라는 사람이 있다. 그가 런던 올림픽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면접을 하기 위해 영국으로 가기 전 나를 찾았다. 그래서 물어봤다. “면접 시간은 얼마나 배정 받았나요?” “한 시간이요.”

난 이렇게 이야기해줬다. “어머, 당신이 성공하려면 한 시간이나 쓰면 안 될걸요! 한번 면접관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세요!”

그랬더니 다른 대답이 나왔다. “정말 한 시간이나 나한테 내어 줄 시간이 없겠는데요! 이제 올림픽 개최까지 212일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지금 한 말 그대로 시작하면 된다”고 했다.

그날 내 조언에 따라, 마이크는 면접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게 한 시간을 주셨습니다만, 앞으로 올림픽 개최 때까지 212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얼마나 바쁘실지 알겠습니다. 제 구상을 10분 동안 소개할 테니, 그다음에 질문이 있거나 저와 대화하고 싶다면 제게 연락해 주십시오.”

마이크는 런던 올림픽에서 일하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이런 말을 들었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정말 시간이 촉박해서 함께 일하지 못하겠지만, 당신 일하는 방식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다른 기회가 될 때 꼭 함께 일하고 싶으니 계속 연락합시다.”

상대의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며 낭비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런 신뢰를 제대로 심어주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상대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예시를 강조했는데?

‘공감’은 이런 말로 정의할 수 있다. “나 같으면 어떻게 느낄까(How would I feel)?” 나는 상대의 입장을 내 입장으로 바꿔 생각할수록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예시란? 구체적이고 좁은 범위를 말하는 예시다. 이건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 이야기다.

유조선 한 척이 하와이 해안에서 13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사고를 당했다. 지나가던 여객선이 구조 작전을 벌여 유조선 선원 열한 명을 모두 살렸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 선장이 한 말이 뜻밖이었다. “선원 모두가 구조되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지만, 배에 두고 온 개가 너무나 걱정된다”는 거였다.

그 말이 보도된 뒤 전 세계에서 2500만 달러의 성금이 모였다. 미국 해군은 태평양 함대의 작전 지역까지 변경해 가며 스무닷새 동안 유조선을 수색했다. 마침내 유조선을 발견한 수색기는 갑판을 오가는 갈색과 흰색이 얼룩덜룩한 생물체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바로 선장의 개였다! 결국 개는 구조됐고, 무사히 하와이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게 뭔가? 왜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마리의 개를 구조하겠다고 그렇게 열성적으로 성금을 보냈느냐 하는 것이다. 세계에는 다른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하필 그 방송을 본 사람들은 ‘개 한 마리’를 위해 열광적인 호응을 보냈다.

이것은 내가 ‘공감 망원경(empathy telescope)’ 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다. 그런데 그건 전 세계 수백만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특정한 상황에 부닥친 어떤 ‘한 사람’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사람들한테 보통 조언해주는 건, “당신 이야기를 끌고 갈 ‘그 한 마리의 개’는 어떤 건지 알고 있느냐"하는 거다. 우리가 정말 어떤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집중해주길 바란다면, 범위를 좁혀야 한다. 사람은 수백만 명의 입장을 한꺼번에 헤아릴 수 없다.

오늘 아침에 콘퍼런스에서는 인도의 모디 총리가 연설했다. 정말 훌륭한 분이니 당연히 나한테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다. (웃음) 그런데 만약 내게 조언을 구했더라면 훨씬 더 강력한 연설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해해선 안 된다. 나는 그를 매우 존경한다.

오늘 그의 이야기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한 연설이었다. 만약 그가 ‘한 마리의 개’를 설정했더라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맨손으로 시작해서 성공을 손에 쥔 특정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 그 뒤에 인도인, 세계인 이야기로 확장해 나가면 더 강력하지 않았을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말씀해 주세요'라는 태도로 다가가라고 했다. 너무 계산적인 인상을 주지 않을까?

물론 그게 자연스럽게 된다면 가장 이상적일 거다. 그렇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우리가 참석한 이 콘퍼런스만 해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훌륭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나도 여기에 온 것이 참 기쁘고 영광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로비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봤나? 별로 대화하지 않는다! 다들 자기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 서로 적대적이거나 싫어해서가 아니다.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다 큰 성인도 새로운 사람 앞에선 늘 수줍어하며 두려워한다. 본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손해를 본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는 계산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반드시 ‘대화의 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피아노를 잘 치고 싶은 학생도 처음엔 누구나 음계부터 연습한다. 제대로 된 곡을 연주해낼 수 있는 ‘기초 근육’을 기르기 위해서다. 대화의 기술, 관계의 기술도 그와 똑같다.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으려면 길러야 할 ‘근육’이 있다. 내가 제시한 대화의 기술들은 그런 근육을 기르기 위한 첫 단계다. 이런 것에 익숙해져야 좀 더 쉽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아주 ‘자연스럽게’ 접근할 때의 예다. 이번 콘퍼런스 참석자 한 사람에게 가서 아마 이렇게들 물어볼 거다. “콘퍼런스 참석하셨나요?” 그럼 대답은? “네.” 그럼 대화 끝이다. (웃음) “오늘 재미있으셨나요?” “아니요.” 또 대화가 끝나버린다! (웃음)

대신 이런 말을 사용해보라는 거다. “오늘 콘퍼런스 어땠는지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기조 연설자는 뭐라고 말했나요? 저는 제대로 듣질 못했는데,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그런 게 대화의 ‘전략’이다.

-모든 사람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두 가지 대답을 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이런 거다. 어떻게 됐든 내가 그 사람들과 함께 있게 됐으니 그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거다.

래리 킹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워낙 뛰어난 인터뷰어로 소문난 사람이니 내가 물어봤다. “게스트로 나오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많이 공부하십니까?” 킹은 “공부 전혀 안 하는데요!”라고 답했다.

그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어린아이처럼 질문하는 걸 즐기기 때문이다. 미리 계획한 대로 질문을 던지기보다 상대가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대화를 이끈다.

내가 상대를 모른다는 건, 그만큼 상대에게 궁금한 게 많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상대에게 자신을 드러내 이야기할 기회를 더 많이 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늘 그에게 조언을 구한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에 대해서 뭔가 추천해 달라, 알려 달라”고 하면 상대방은 나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만 해도 두려운 상대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가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 혹은 토론할 만한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져 대답을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에서 조용필 같은 가수를 만났다고 치자. “당신 팬이에요!”하고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면 아무 대화도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 발표한 신곡에서 이런 부분이 너무나 멋졌어요! 어떤 기법인가요?”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 대화가 이뤄진다.

나는 군인과 결혼했다. 그래서 군대에서 주최하는 무도회 등에 참석할 기회가 많았는데, 사실 가장 외로운 사람은 장군들이다. 다들 얼어붙어서 누구도 감히 장군들에게는 말을 걸지 못한다! (웃음)

나는 늘 남편과 침묵 속에서 춤춰야 했다. 분위기가 너무나 불편해진다. 나는 그런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뜨리기 위해 먼저 다가가서 질문하고, 대답을 이끌어내곤 한다.

-원래부터 외향적인 성격이거나 사람에 관심이 많았나? 아니면 일을 하면서 성격이 바뀐 건가?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것도 있고 일하면서 더욱 사람을 궁금해 하게 된 것도 있다. 어릴 때 내가 자란 곳은 엄청난 시골 마을이었다. 심지어 마을에 있는 사람 수보다 말(馬)의 수가 더 많았다. 전에 한 기자가 나한테 “어디에서 그런 자신감을 얻었느냐?"고 물었는데 내가 “말 타면서 얻었는데요"할 정도였다. (웃음)

어릴 때부터 말 타기가 일상이었다. 말이 껑충 뛰어서 나를 떨어뜨리거나 하면, 앞으론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지 고민해서 알아내곤 했다. 그런 식으로 벌어지는 여러 돌발상황에 대처하면서 아주 어릴 때부터 전략적인 사고를 갖게 됐다.

그 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공부할 때 새로운 걸 생각하게 됐다. 어릴 때,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자랄 땐 부유한 사람은 당연히 행복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줄 알았다. 그렇지만 막상 가까이에서 목격한 그들의 삶은 전혀 달랐다. 가장 행복할 것 같던 사람들이 불행했다.

당시 근처에 최고의 모델이던 모드 애덤스가 살았다. 그런데 정작 그는 “나는 너무 비쩍 말랐다”면서 자기 몸매를 비하했다. 당시 최고의 테니스 선수였던 지미 코너스는 크리스 에버트를 짝사랑했지만, 감히 고백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허락 받을 자신이 없었던 거다.

그 때부터 ‘자신감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우리가 낯선 사람에게 두려움 없이 다가가서 손을 내밀고 친구가 되려면 어떤 종류의 자신감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그 뒤로 어떤 걸 깨달았나?

첫째,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확신을 지녀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우리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믿음과 신뢰로 상대를 대해야 한다는 거다.

17년 전 마우이 콘퍼런스의 일화를 이야기해주겠다. 예비 작가들과 출판사 관계자까지 다양한 출판업계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절호의 기회였지만, 정작 작가들은 의사 결정자와 어떻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전혀 몰랐다.

나는 작가나 출판업계 사람들에게 편하게 이야기하고 다가갔다. 뭐가 달랐을까?

간단하다. 나는 그들에게 바라는 게 없었다. 작가에게 사인을 바란 것도 아니고,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사업적인 이익을 바라지도 않았다. 그래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거다. 사심없이 다가가면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책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의 주도권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선 아랫사람이 윗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대화에 참여하기가 조심스럽다.

매우 섬세하고, 외교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런 건 어떨까? 먼저 상사나 윗사람에게 “지금 말씀은 대단히 훌륭하고, 통찰력 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동의한 후에 자기 의견을 제시한다. 이때 ‘그렇지만(but)’이란 표현을 써선 안 된다. 갈등을 부르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등 긍정적인 표현을 써서 의견을 덧붙여라.

그 때에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는 명령형 문장은 좋지 않다.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하고 질문을 던져라. 답을 정해주지 말고, ‘옵션’으로 제시해라. 당신은 제안만 하고, 결정은 상대의 몫으로 넘기라는 얘기다.

한 가지 팁이 더 있다. 윗사람이 굉장히 고압적이거나 자신의 생각이 강한 사람이라면, 경쟁심을 자극하는 거다. 경쟁업체나 경쟁자의 예를 들면서 “이 회사는 벌써 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 사람은 벌써 이런 일을 했다고 합니다”라고 귀띔하라.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세요?”하고 묻는 거다. 상사의 행동을 쉽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서 관심을 끌어낸 뒤에, 형성된 ‘관계’를 오래 가져가기 위해선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할까?

내가 말하는 기술은 두 가지를 모두 잡기 위한 기술이다. 두 가지 대답을 할 수 있겠다.

먼저 우리는 ‘호기심을 끄는(Intrigued)’ 상태를 절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힘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매번 같은 사람만 만나면 아무리 매력적인 사람이라 해도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상대방이 내게 궁금증을 가질 시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오늘 연설에서 마윈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세대는 신문과 텔레비전 세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주는 정보에 의해 영향받는 데에 익숙해진 세대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인터넷 세대다. 그들이 뉴스에 영향을 주며 원하는 음악을 만들고 원하는 환경을 만든다. 주입식으로 관심을 둘 것을 요구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에, 상대편에서 내게 관심을 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 시대 사람들에겐 늘 자신의 힘으로 조종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그의 말처럼 이제 상대에게 ‘주입한’ 관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관계를 오래 가져가려면 상대가 주도적으로 나에게 관심을 가질 시간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강연하는 샘 혼

-인터넷 세대 이야기가 나왔으니,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 좋겠다.

페이스북으로 내 인터뷰 기사를 홍보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나? 보통 사람들은 기사 링크를 걸어 놓고 “자 세상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쓴다. 정말 재미없지 않나? 누가 답글을 달고 싶겠나?

만약 내 인터뷰 기사를 페이스북에 올릴 계획이라면 이렇게 해보라. “내 상상과 너무나 달랐던 샘 혼! 저를 깜짝 놀라게 만든 그의 반전 매력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마무리로는 “60초 만에 사람들의 주의를 온전히 내게 끌어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거다. 독자들이 “찬성” “반대” “네" “아니오” 이런 단답형 대답 말고, 진짜 자신의 의견을 말해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넓게 보면 답변하는 사람이 좀 더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나는 당신의 의견을 받으면 그에 따라 행동할 겁니다" “당신의 의견은 내게 대단히 큰 가치를 가질 겁니다”라는 뜻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사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별로 듣지 않는다. 서로 그렇다는 걸 모두가 안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끌어낼 수가 없다. 누구의 삶에도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허를 찔러라. “당신의 의견을 듣고 그에 따라 행동하겠다, 조언이 필요하다”고 명확하게 밝히면 된다. 그러면 ‘좋아요’ 이상의 댓글을 달 사람이 늘어난다.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성실하게 답변할 거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에도 질문자가 정말 자기 의견을 반영했는지 궁금해서 다시 찾는다. 이런 방법을 활용하면 온라인에서 자신이 활동하는 공동체를 키워나갈 수 있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더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 샘 혼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전문업체인 인트리그 에이전시(Intrigue Agency) 대표. 미국에서 비즈니스 컨설팅과 강연, 워크숍, 저술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텔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보잉, 영국항공 등 기업고객 대상 의사소통 전략가로도 일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1997년 출간된 ‘텅 후’가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2013년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이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와 올해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밖에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TAKE THE BULLY BY THE HORNS)’ ‘집중력, 마법을 부리다(CONZENTRATE)’ ‘설득의 언어, 엘리베이터 스피치(POP!: STAND OUT IN ANY CROWD)’ 등의 저서를 냈다.

◆ 샘 혼이 말하는 ‘꽂히는 한 구절’의 마법

“순간적으로 청중의 주목을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지속시켜야 한다.”

꽂히는 한 구절이란 무엇일까? 의미가 공명되면서 따라 하기 쉬운 구절이다. 공명이란 ‘명백한 뜻을 넘어서는 효과와 인상을 남긴다'는 의미다. 한 귀로 들어가 다른 귀로 나가버리지 않고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공통 기반을 확립해주는 구절이다.

혼은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을 넘어서 상대의 감정을 움직이고 싶다면, 기억에 남는 꽂히는 한 구절을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책 속에서 오랫동안 ‘공명하는’ 문장 만들기 방법을 이렇게 소개했다.

당신의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이 딱 하나 달라진다면, 그게 무엇이었으면 하는가? 이를 단순한 문장으로 표현하라.

단어로 직소 퍼즐을 맞춘다고 생각하라. 큰 소리로 읽으며 바꿔넣다 보면 제대로 된 리듬이 만들어질 것이다.

기억하기 쉬운 이름, 각운이 딱 떨어지는 말을 만드는 게 효과적이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벨트 착용 캠페인을 벌이던 미국 정부는 ‘채울까, 벌금 낼까(Click it or ticket)’란 구호로 큰 성과를 올렸다.

중요한 내용을 말할 때에는 말과 말 사이에 적절히 간격을 두라. 모두가 주목할 때까지 잠시 멈췄다가 꽂히는 구절을 말하라. 한 음절 한 음절 똑똑히 발음해야 한다. 다시 3초쯤 기다려 사람들이 그 구절을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