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 '엔진 경쟁'이 뜨겁다. '자동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은 자동차 전체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고 부품 수도 많아 개발이 힘들다. 그 때문에 그동안 출시되던 부분 변경 모델은 엔진보다는 외관 디자인이나 옵션 사양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올 9월부터 친(親)환경 연비(燃比) 기준인 '유로 6'가 도입되는 데다, 운전자들이 최고 속도와 차가 앞으로 질주하는 힘, 제로백(시속 100㎞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중시함에 따라 엔진이 자동차 판매의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고객들이 차를 살 때면 엔진이 디젤이냐 가솔린이냐부터 마력과 토크는 어떤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경우가 많다"며 "업체마다 엔진 개량과 고급화를 겨냥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진 小型化와 다양화

아우디코리아가 21일 출시한 주력 모델인 '뉴 아우디 A6와 A7'의 부분 변경 모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두 신차 모델은 외관상으로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속은 완전히 다르다. '유로 6' 기준에 맞춰 전(全) 차종의 엔진을 바꾸고 종류도 늘렸다. '뉴 아우디 A6'의 경우 4종의 디젤 엔진과 3종의 가솔린 엔진 등 총 7개의 엔진을, '뉴 아우디 A7'은 2종의 디젤 엔진과 4종의 가솔린 엔진 등 총 6개 엔진을 내놓았다. 두 모델 모두 출력을 7~30마력 높였고, 제로백은 1초 가까이 단축했다.

아우디코리아가 21일 낮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에서 중형 세단인 ‘뉴 아우디 A6’와 쿠페 모델인 ‘뉴 아우디 A7’을 선보이고 있다. 4년 만에 부분 변경해 출시된 두 모델은 모든 차종의 엔진을 바꾼 게 특징이다.

요하네스 타머 대표는 "엔진 종류에 따라 편안함, 고급스러움, 스포티함 등 자신의 주행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도 올 7월 내놓는 '신형 K5'의 엔진 종류를 가솔린·하이브리드 등 기존 3개에서 7개로 늘리기로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국내 고객들의 디젤 선호도가 높아진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연비를 높이기 위해 소형화(downsizing) 엔진을 신차에 탑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이 지난달 출시한 신형 폴로의 경우 기존 1600cc에서 1400cc로 다운사이징한 1.4 TDI 엔진을 장착했다. 볼보코리아도 지난달 6기통 엔진을 4기통으로 줄인 'S60 T6'를 출시했다. 볼보 관계자는 "보통 기통 수가 줄면 출력이 감소하지만, 터보 차저(배기가스가 나가는 힘을 엔진으로 돌려 사용) 같은 신기술을 적용해 약점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고연비·차세대 엔진 개발 경쟁

신형 엔진이 최근 급증하는 것은 올 9월부터 친환경 연비 기준인 '유로 6'가 적용되는 게 큰 요인이다. '유로6'에 맞추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 엔진 크기 소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행기 엔진에 사용되는 '터보 차저(turbo charger)'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할 경우 배기가스가 나가는 힘을 엔진으로 돌려 자동차 회전수 등을 높이면서 연비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고품질·고연비 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요타는 2017년 적용을 목표로 고(高)효율 신형 가솔린 엔진 3종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부 압력 손실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엔진 내부 구조를 개량해 현재 20~30% 수준인 열효율을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도 2020년까지 고(高)연비 차세대 엔진 개발에 착수했다. 올 2월 정몽구 회장은 차세대 엔진 개발·생산 현장인 충남 서산의 현대위아 공장을 찾아가 "부품 국산화를 앞당겨야 한다"며 격려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자동차가 진정한 글로벌 메이커가 되려면 연비 향상의 핵심 열쇠인 터보 차저 기술의 완전 국산화에 R&D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