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 회장 인터뷰를 참관했다. 그는 겸손했다. 성공의 이유를 전부 운으로 돌렸다. 깡 마른 체구에 작은 키는 그다지 위압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양쯔강의 악어”라고 평가할 때의 눈빛은 형형했다. 10여년 전 마윈은 미국 온라인 쇼핑회사 이베이에 “우리는 양쯔강의 악어다. 바다에서 싸우면 지지만 강에선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양쯔강은 마 회장의 고향이자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杭州)를 뜻했다. 악어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마 회장의 근성을 의미했다.

마 회장은 인터뷰에서 성공한 사람의 덕목 중 하나로 ‘실천(action)’을 들었다. 그는 젊은 시절 30번 넘게 취업에 도전했지만 족족 실패를 맛봤다. 그러나 “거절이 두려워 도전하지 않느니 계속 도전해보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자본금 7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15년만에 시가총액 240조원이 넘는 공룡이 됐다.

‘양쯔강의 악어’는 이제 한강으로 엄습해 오고 있다. 마 회장은 이날 “코리아페이와 함께 할 한국파트너를 찾는다”고 발표했다. 알리페이의 11년 노하우로 한국 시장 공략을 공식 천명한 것이다.

‘규제 때문에’, ‘은행 문화 때문에’ 등 갖은 이유를 대가며 주저해온 한국 금융계엔 불똥이 떨어졌다. 알리바바는 결제부터 자산운용, 빅데이터 기술 등 핀테크의 영역에서 한국을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 핀테크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악어가 한강에 진입하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규제 완화책을 부랴부랴 꺼내들었다. 20일 ‘온라인 투자자문업 등록심사 신속화’, ‘핀테크기업 외환송금 허용’ 등을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가 알리바바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냐”는 비난이 나온다.

이미 지난 15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규제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소액의 돈을 보내는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출시에만 무려 2년 반이 걸렸다”며 “한국에 만연한 규제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한국 핀테크는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17년 전 한국에서 싹튼 핀테크가 금융규제 탓에 싹이 잘렸다”고 분석했다. 과거엔 토종 새싹을 다 죽여놓고, 이제 와서 수입 외래종에 가지를 접붙이려 애쓰는 꼴이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한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떠오른다. 한국 금융이 사망 선고를 받고 묘비명에 저 글귀가 새겨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제정신들을 차려야 한다. 여론에 밀려 규제 풀기에 급급하지 말고 적어도 30년 후를 내다보고 철학과 비전을 갖고 규제 틀을 새로 짜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