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이 백신과 더불어 혈액제를 바이오 사업의 양대 축으로 삼고 경북 안동시를 핵심 기지로 육성한다는 마스터플랜을 확립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혈액제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자회사 SK플라즈마를 설립하고, 안동에 신규 혈액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대지면적 3만1586㎡ 규모로, 혈장 분획량 기준으로 연간 60만 L를 생산할 수 있다. 이 공장에서 알부민과 같은 혈액제 전(全)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백신과 혈액제 쌍두마차로 성장

SK케미칼 관계자는 "2016년 선진국 수준에 맞춰 건설할 예정으로 생산 시설에 대한 검증 절차를 마치는 2018년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할 것"이라며 "그간 혈액제 사업은 내수(內需) 중심이었지만 생산량을 늘리고 글로벌 수준의 품질을 확보해 해외 시장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혈액제 사업부문 자회사로 독립한 SK플라즈마의 사명은 혈액의 액체성분인 '혈장(Plasma)'에서 따 왔다. "혈액제를 생산하는데 대체 불가능한 원료인 혈장처럼 SK플라즈마도 다른 회사와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제품과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SK플라즈마 관계자는 "전 세계 혈액제 시장은 150억달러 규모로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이번 기공식이 SK케미칼의 혈액제 사업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투자를 지속해 온 백신 사업도 차츰 성과를 내고 있다. SK케미칼은 2006년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백신 사업을 선정하고, 최근 3년간 생산 설비 구축을 포함해 약 2000억원을 집중 투자해왔다. 연 매출의 10~15%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해오고 있다.

가장 먼저 결실을 보게 될 분야는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이다. SK케미칼은 작년 말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 시판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았다. 세계적으로도 노바티스, 박스터 등 글로벌 기업에 이어 세 번째다.

세포배양 방식은 닭의 유정란(有精卵) 대신 동물 세포를 사용해 바이러스를 배양, 백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2개월 내의 짧은 기간에 백신을 생산·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배포한 종자 균주를 받은 지 5개월 후에야 백신을 공급할 수 있었다. 생산 기간이 절반 이상 단축되는 셈이다. 기존에는 유정란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백신 생산량을 좌우했지만 이 방법은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세포배양 백신 개발용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게이츠 재단 지원받아 백신 개발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프리미엄 폐렴구균 백신'이다. SK케미칼은 작년 글로벌 백신 1위 기업인 사노피 파스퇴르와 폐렴 백신의 공동 개발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료와 계약금만 500억원에 달한다. SK케미칼은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백신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이를 안동 백신공장에서 생산해 전량 사노피에 공급할 계획이다. 안동 백신공장은 연간 1억5000만 도스(1도스는 1회 접종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양사는 2020년 이후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IVI)와는 '장티푸스 백신'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기존 백신과 달리 2세 미만 유아까지 보호할 수 있고 예방효과도 더 긴 것이 특징으로,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이 작년 말 490만달러(약 54억원)를 지원하기도 했다.

SK케미칼은 경북 안동시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작년 안동시에 백신공장인 L하우스를 완공했다. 혈액제 신축 공장까지 완료되면 백신부터 혈액제까지 회사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가 안동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SK케미칼 한병로 대표는 "경북 안동을 21세기 헬스케어 산업을 이끌어 갈 바이오 클러스터로 키워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산업 육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