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가 ‘인(仁)’의 정신으로 대륙의 입맛의 사로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정(情)’으로 친숙한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인’ 마케팅으로 올 1분기 국내(240억원)보다 2배 많은 매출(55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글로벌 매출액은 1120억원으로 국내 제과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중국 대형마트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진열된 모습.

오리온은 1993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진출 초기 중국에서 ‘정’이라 하면 보통 남녀관계를 떠올려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는 데 데 착안, 공자 사상의 ‘인’의 정신으로 현지 마케팅을 펼쳤다. 중국에서는 ‘어질다’라는 것이 인간관계의 중요한 덕목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광고에서도 인을 강조했다.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젊은이를 광고에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2008년 초코파이의 중국 명칭을 ‘하우리여우파이(好麗友파이)’, 즉 ‘좋은 친구’라는 뜻으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장지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으로 바꿨다.

맛도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췄 바꿨다. 우리나라 초코파이보다 덜 달고 초콜렛의 쓴맛이 적으면서 우유향을 넣은 초코파이를 만들었다. 1997년 중국에 처음 초코파이를 생산할 땐 한국보다 10g이 적은 28g이었다. 한국과 같은 크기로 제품을 만들다간 제품 가격이 20위안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20위안이라는 기준은 한국의 990원과 1000원 차이와 비슷하다”며 “더 이상 제품 크기를 줄이면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28g(18.5위안)에 제품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2010년 가격을 올리며 최적의 맛을 선보일 수 있는 34g으로 크기를 키웠다.

진출 초기에는 초코파이 시식 행사도 자주 열었다. 공짜로 나눠주는 초코파이를 받은 중국 사람들은 초코파이를 ‘사람 좋은 친구’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였다. 좋은 친구란 이미지 덕분에 선물용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한 박스당 우리나라돈 3000원 안팎으로 맛있고 고급스런 선물로 입소문을 탔다.

현재 오리온 중국 법인 직원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중국에서는 중국기업이 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인 중에서 오리온이 한국 기업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둘 중에 한명 꼴이라고 한다. 최근 TV 광고에는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대만 출신 배우 임지령씨가 출연하고 있다. 중국 시골 어린이 돕기 사회공헌활동도 하고 있다. 현지화가 현재 초코파이 신화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물론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기까지 우여곡절도 없지 않았다. 진출 초기에는 중국 남부 지역에 판매된 초코파이가 유난히 더운 날씨로 녹아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매장에 있던 초코파이10만개를 전량 폐기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오리온은 오랜 연구 끝에 초코파이의 초콜렛을 녹이고 굳히는 과정에서 물성을 달리하는 방법을 개발, 녹지 않는 초코파이를 만들어냈다. 포장지의 내열성도 강화했다.

외상(어음)거래가 일반적이던 중국 시장에서 판매 대금을 회수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중국에서는 '경소상(經銷商)'이라는 일종의 도매상을 거쳐야만 일반 소매점 진열대에 오를 수 있는데, 이 경소상이 대개 외상거래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리온은 초창기부터 현금 결제만을 고집하며 중국 시장 기반을 다졌다. 이 가운데 중국 내 생산 시설에 투자하며 초코파이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결국 맛있는 초코파이를 사기 위해 현금으로 결제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또 수많은 '짝퉁' 초코파이가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오리온의 초코파이가 진품의 진가를 발휘하도록 만들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초코파이는 오리온 제품 중에서도 가장 철저히 현지화에 나선 제품”이라면서 “올해 글로벌 매출액은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