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해외 의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5년내 중국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시장이 새로운 거대 신흥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 진출의 성패를 가늠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3년 ‘건강 2020년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은 자국에 부족한 의료수요를 충족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의료 관광객을 잡기 위해 2020년까지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의료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8조위안(약14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의료경영학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민 의료지출에 2000년 737억달러(80조원)에서 2013년 5143억달러(558조원)로 늘렸다. 13년 사이 7배 이상 의료지출을 늘린 셈이다. 이 기간 중 1인당 연간 의료지출도 58달러(6만3000원)에서 376달러(40만8185원)로 늘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의료공급이 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여행국은 지난해 중국에서 482만명이 의료 관광을 위해 빠져나갔다고 집계했다. 중국 현지 관계자는 “중국인은 중국 의사들의 치료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거나 가까운 싱가포르, 일본, 한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해외 병원과 투자자들에게 한시적으로 의료시장의 문을 열기로 했다.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투자를 받고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만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은 최근 병원의 설립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중국 민간병원은 1만1300개로 전체 병원의 46%를 차지한다. 정부 투자를 늘리는 5년 뒤까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의료컨설팅기업인 북경평행세계 최창환 부사장은 “중국은 소득 증가와 함께 고급 의료서비스와 재활, 성인병 치료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투자회사의 투자를 받아 병원이 대형화되고 외국계와 합작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규모의 민간병원인 허무지아병원은 미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 1997년 50병상 규모로 출범했다. 고급 서비스를 원하는 부유층에 인기를 끌면서 현재 전국 15개 체인으로 확대됐다. 푸싱제약까지 투자자로 나서면서 2013년 매출 1억 8000만달러(1953억원)의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 아이얼안과 그룹은 2003년 1호병원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전국 70개 안과 체인을 만들었다. 2013년에는 중국 증시에 상장됐다. 2013년 매출 3억2000만달러(3472억원)로 매년 평균 21%로 늘었다. 순이익도 12%인 3600만달러(391억원)에 이른다.

현재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곳은 미국이다. 미국 3대 병원 중 하나인 메이요클리닉은 지난해 5월 중국기업 세인트 루시아와 합작투자 통해 중국인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베이징과 상하이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타이완은 중국에 22개 병원이 진출했다. 타이완의 창컹병원은 샤먼시에 2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설립하고 베이징에 칭화대와 합작병원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파크웨이병원그룹도 현재 중국에 9개 지점이 진출했다.

한국도 중국 현지에 42개 병원이 진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용성형 중심의 작은 의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중국이 의료시장을 개방한 5년 이내 중국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용우 한국의료경영학회 학술이사는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고 개방을 허용한 5년 이내 안착해야 한다”며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미용 성형 외에도 한국에 대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상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전에 없던 새 의료서비스가 생겨나는 것도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병원에는 큰 기회라고 평가한다. 의료서비스 업체 ‘시밍(Ciming)’은 중국 부유층 상대로 100만~130만달러(약11억~14억원)의 개인주치의 서비스를 내놨다. 중국 의사가 1차로 상담을 하고 질병에 따라 미국과 일본, 한국 의사들과 곧바로 연결되는 서비스다.

장경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장은 “올해 안으로 중국에 한국인 의사면허 인정을 위해 나서고 있다”며 “중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으면 인도 등 동남아 시장 진출에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