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옮겨오면 최대 10만원 상품권 드립니다."(A증권사 홈페이지)

지난달부터 정부가 제도를 바꿔 연금저축 갈아타기가 간편해지면서 연금이동을 둘러싼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연말 정산 때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연금저축은 A회사에서 B회사로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는데, 지금까진 최소 2회 이상 금융회사를 각각 방문해야 해 절차가 불편했었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그런데 지난 4월부터 연금저축 계좌이체 간소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앞으로는 새 둥지를 틀려는 회사에만 딱 한 번 방문하면 돼 손쉬워졌다. 100조원에 육박하는 연금저축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저마다의 차별화된 특징을 내세우면서 애쓰고 있다. 이천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연금이동은 그동안 쌓아둔 수백만~수천만원의 목돈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결정해선 곤란하다"면서 "현재 본인의 투자 성향과 상품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세 시대에 은퇴 후 50년을 편안하게 살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연금이동의 모든 것을 머니섹션 M플러스가 알아봤다.

노후소득 기둥 흔들기 시작한 초저금리

현재 우리나라의 연금저축은 작년 말 기준으로 보험사(연금저축보험)가 76%, 은행(연금저축신탁) 14.3%, 증권사(연금저축펀드) 6.5%순으로, 보험사에 가입한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소비자들이 연금저축보험을 유독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설계사가 직접 집까지 찾아와 팔다 보니, 다른 상품에 비해 가입하기 쉬웠던 영향이 크다. 그런데 수익률을 놓고 보면 증권사 연금저축펀드의 완승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2~2012년) 연금저축보험의 연평균 수익률은 3.31%, 연금저축신탁은 3.7%에 달했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7.05%로 두 상품 성과를 크게 웃돌았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신탁의 투자 매력도는 한층 떨어지고 있다.

한정 삼성증권 부장은 "지난해 상반기에 연금이동을 한 사람들이 전년 동기 대비 78%나 늘었다"면서 "저금리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비하지 못해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 1%포인트 차이가 노후 승패를 가른다고 한 부장은 강조했다. 예컨대 매달 40만원씩 10년 동안 투자해 총 투자원금이 4800만원인 경우, 3% 수익이 나면 총 수익금이 789만원인데 반해, 9% 수익은 2940만원으로 3.7배 차이 난다.

등 돌리기 전, 득실부터 따져라

연금저축 갈아타기가 무조건 이득인 건 아니다. 일단 기존에 가입 중인 상품의 특징부터 잘 따져봐야 한다. 우선 연금저축 갈아타기에 해당되는 상품은 크게 3가지인데, 지난 1994년부터 2000년 말까지 판매된 구(舊)개인연금저축과 2001~2013년에 판매된 연금저축, 그리고 현재 판매 중인 연금저축계좌로 나뉜다.

이 중 옛 개인연금을 갖고 있는 사람은 특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2000년까지만 팔렸던 옛 개인연금은 연간 납입액의 40%(72만원 한도)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 주고, 노후에 타는 연금액은 비과세를 해주는 상품이다. 김욱원 NH투자증권 차장은 "구개인연금은 돈을 부을 때와 연금으로 탈 때 양쪽 모두 세제 혜택을 주는 최고의 금융상품"이라며 "고금리 확정이율로 연금을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판매된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수수료·경험생명표·최저보증이율·투자성향 등 4가지 변수를 꼭 따져봐야 한다.

김진영 신한은행 신탁연금본부장은 "연금저축보험은 가입한 지 7년이 넘으면 향후 내야 할 수수료는 거의 없는데, 단순히 비용 때문에 연금저축펀드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연금저축펀드는 고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은 은퇴자금이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률이 높아 보인다는 이유로 섣불리 의사결정을 해선 곤란하며, 리스크를 싫어하는 사람이 원금보장이 안되는 펀드로 옮기면 마음고생의 대가가 상당할 것이란 게 김 본부장 설명이다.

반면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신탁은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도 되면서 원금도 보장된다.

오래 묵힌 연금, 장맛 더 내려면

지금 금융회사들이 가장 군침을 흘리는 마케팅 타깃은, 오랫동안 묵혀서 수천만원의 자금이 쌓여 있는 연금들이다. 이런 연금을 갖고 있다면 보다 신중해야 한다. 가령 오래전에 가입해서 최저보증이율(보험사가 시장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지급을 보장하는 최저금리)이 4~6%로 높은 연금저축보험의 경우엔 갈아타면 소비자는 밑지는 장사다. 2000년대 초반에 높은 확정금리로 가입한 연금저축은 이미 7년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 해약해도 원금 손해는 없지만, 갈아타기 유혹에 굴하지 말고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에겐 이득이다.

또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보험은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終身)형 연금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가능하고, 가입 시점의 경험생명표가 적용된다.

윤치선 미래에셋 연구위원은 "경험생명표는 연금을 지급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예전 경험생명표가 적용되는 상품이라면 그만큼 현행 경험생명표로 가입하는 사람에 비해 두둑한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한 지 7년이 지났으면 이미 선취 개념의 수수료를 보험사에 다 낸 셈인데,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게 되면 적립액 전체에 대해 수수료를 떼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