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경쟁력 향상 없이 지속적인 성장은 없다."

이달 8일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2014 회계연도 실적 발표 후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최근 3년 연속 세계 1위(자동차 판매대수 기준)인 도요타는 이날 창사 후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달성 사실을 발표했다.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1조45억엔·약9조1500억원)보다 5% 정도 늘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사활(死活)을 건 'R&D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본지가 KDB 대우증권과 공동으로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글로벌 10대 자동차 기업의 최근 3년간 R&D 비용을 분석〈표 참조〉한 결과, 10개사의 R&D 비용은 3년간 14% 넘게 증가해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4.8%·이상 누적 기준)의 3배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3년간 R&D 증가폭은 현대차(31%)와 도요타(24%), 폴크스바겐(24%)이 1~3위였다.

獨·日·韓 기업 각축전

폴크스바겐의 지난해 R&D 투자 금액(131억유로·약 16조원)은 세계 최대 IT 제조 기업인 삼성전자(15조원)나 애플(6조5800억원)보다 더 많다. "폴크스바겐이 미래의 길을 열어주는 기술 혁신의 싱크탱크가 되어야 한다"는 마틴 빈터콘 회장의 지론에 따라 벌어들인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R&D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에서는 4만6000여명의 연구원과 별도로 공장의 디지털화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1만명이 넘는 IT 기술자가 근무하고 있다. 아우디도 최근 향후 4년간(2015~19년) 240억유로(약 29조6000억원 )의 R&D 투자 계획을 밝혔다. 1년 전 내놓은 4년간 투자 규모(220억유로)보다 20억유로 늘린 것이다.

엔저(円低) 특수를 누리고 있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의 R&D 열기도 뜨겁다. 지난해 대부분 사상 최대의 R&D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도 최대치를 갈아치울 예정이다. 혼다는 올해 7% 증액한 7200억엔 투입 계획을 확정했고 마쓰다스바루의 R&D 투자 증가율(전년 대비)은 각각 15%, 7%에 달한다. 현대차는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엔저 효과까지 감안하면, 지난해 일본 7대 자동차 회사의 R&D 투자는 한 해 동안에만 24% 넘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승부처는 高연비·親환경·스마트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R&D 경쟁은 연비(燃比) 향상,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등 '친(親)환경차 3총사' 개발, 무인(無人)주행차 같은 스마트카(smart car) 개발이란 3가지 테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연비 개선을 통한 친환경 기술 개발과 전기차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E-모빌리티(mobility) 전략'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BMW는 자율주행 기술과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억엔을 투자해 미라이(未來)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생산 능력을 현재의 연간 700대에서 3배로 확충키로 했다. 마쓰다는 연비를 높이는 자체 환경기술 개발을, 스바루는 자율주행을 위한 차세대 운전 지원 기술(아이사이트) 개발에 각각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도 총력전…"갈 길 멀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R&D 투자 규모는 2조1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정도 늘었으나 매출 대비 비중은 2.4%에 그쳤다. 10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중 최하위였다. 올해 초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8년까지 27조1000억원의 R&D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4년간 연평균 6조7750억원으로 지난해의 2배에 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7개 모델인 친환경차량을 2020년까지 22개로 늘리고 자율주행 자동차도 2020년까지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올해 실적 부진이 큰 변수다. 실적이 악화되면 R&D 투자 여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지금까지 현대·기아차의 R&D는 생산 기술과 시설을 첨단화하는 낮은 수준의 R&D에 머물렀다"며 "앞으로는 첨단 기술력으로 제품의 품질을 도약시키는 질적(質的)인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