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과 남구 감만동을 잇는 '부산항대교'. 지난해 5월 개통한 이 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강합성 사장교(斜張橋)다. 다리 중간에 있는 높이 190m의 콘크리트 주탑 2개에서 뻗어나온 160개의 케이블이 다리 상판을 단단히 붙잡고 있다.

주탑과 주탑 사이에 늘어뜨린 주케이블에서 수직으로 보조 케이블이 내려와 상판을 붙잡는 방식의 현수교와는 다른 모습이다.

부산항대교는 또 상판에 놓인 6차로 도로의 경우 일반 아스팔트로 포장하지 않고 내구성이 훨씬 강한 강철과 콘크리트를 함께 사용해 강합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산항대교는 전체 길이가 3331m, 다리 부분만 1114m다. 주탑 사이 거리가 540m로 기존 강합성 사장교 중 최장 기록을 갖고 있던 서해대교(470m)보다 70m나 더 길다. 현대산업개발이 2007년 4월부터 7년 동안 5384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이 다리는 지난 3월 대한토목학회가 선정한 '올해의 토목구조물'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 '한국콘크리트학회 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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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는 최근 국내에서 시행된 SOC(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 중 대표적인 난공사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이곳은 다리 밑을 지나는 선박이 하루 170여척에 달하고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한 곳. 부산항대교 현장소장을 맡았던 장석준 현대산업개발 상무는 "영도와 부산 남구 사이에는 강한 골바람이 수시로 불어 1년 중 180일 정도밖에 일을 못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곳에 다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바람을 이기는 기술이 필요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다이아몬드형 주탑, 지름을 좁힌 특수 케이블,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페어링(Fairing) 등 3가지 첨단 기술과 공법을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먼저 부산항대교는 주탑을 알파벳 'H'자 모양이 아닌 '다이아몬드'형으로 만들었다. 삼천포대교와 서해대교는 주탑이 H자형이지만, 부산항대교는 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해 설계를 바꾸었다. H자형의 경우 주탑에서 내려오는 케이블이 직각으로 내려오면서 상판을 붙들게 돼 상대적으로 바람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부산항대교는 케이블이 삼각형 모양으로 비스듬하게 내려와 바람 저항이 적다.

PWS(Parallel Wire Stand)로 불리는 특수케이블도 사용했다. 보통 교량 공사의 경우 현장에서 200여개의 강선(鋼線)을 묶어 하나의 케이블로 만들어 주탑과 상판을 연결한다. 부산항대교는 공장에서 121~295개의 강선을 밀착·압축해 만든 케이블을 현장에 가져와서 쓰는 방식을 썼다. 기존 방식으로 제작한 케이블보다 바람이 닿는 면적이 60% 줄어 바람 영향도 25% 감소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도 최대 1000t을 버틸 수 있는 강도를 유지했다.

부산항대교에 시도된 또 하나의 최신 공법은 '페어링(Fairing·윈드 노우즈)'이다. '상판이 넓어질수록 바람에 안전하다'는 이론을 적용한 것. 교량에 설치하는 상판 옆에 'ㄱ'자 모양의 철제 구조물을 덧대 바람이 다리를 직접 강타하지 않도록 하는 공법이다.

임창균 부장은 "페어링을 다리 상판 양옆에 2m 너비로 설치해 바람이 페어링에 먼저 닿은 후 부드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부산항대교는 바람을 이기는 3가지 기술을 적용한 결과, 3차원 모형 풍동(風動)실험에서 초속 80m의 강풍에도 끄떡없음이 확인됐다. 국내에서 측정된 태풍의 순간 최대 풍속은 2003년 매미가 발생할 때인 초속 60m로 초속 80m 이상의 태풍은 아직 한반도에 온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