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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과학기술의 핵심에 인공지능(AI)이 있다. 예전엔 공상과학영화 속에서나 봤던 AI는 이제 눈앞 현실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나 전문가들은 그로 인한 결과가 인류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낸다. 일반 대중의 생각은 어떨까?

데이터마이닝 회사인 다음소프트와 함께 소셜미디어의 빅데이터를 통해 알아 봤다. 2011년 1월부터 2015년 3월말까지 4년 3개월 동안 한국어로 작성된 블로그 문서 약 5억5000만건을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연관어가 사용된 빈도와 용례를 분석하고 의미를 유추했다.

◆Siri에 놀라고 Her에 반했지만 이젠 '두렵다'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여타 IT 관련어들에 비해 아직 사용 빈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조사 기간 중 '인공지능'이 언급된 횟수는 전체 웹문서 약 5억5000만건 가운데 약 5만6000건이었다. '컴퓨터'(약 386만건)라는 단어의 70분의 1, '스마트폰'(약 208만건)의 40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관심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인공지능의 언급 빈도는 2011년 1월만 해도 문서 10만건당 9회 수준이었지만, 2015년 3월에는 10만건당 16회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아이폰의 음성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와 인공지능 영화 '그녀(Her)'가 개봉했을 때 언급 수가 치솟는 현상을 보였다. 시리 서비스가 시작된 2012년 6월 언급량은 10만건당 12.4회를 기록하면서 전달(9.6회)보다 2.8회 늘어났는가 하면, '그녀(Her)'가 개봉한 2014년 5월과 6월에는 10만건당 각각 16회, 16.7회를 기록했다.

또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미래 직업 전망’ 기사가 보도된 올해 1월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언급이 10만건당 16.5회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 인공지능의 미래…인간과 감정 나누며 우주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는 맥락에 따라 달랐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만 검색했을 때와 '인공지능'이라는 단어와 '미래'라는 키워드를 함께 검색했을 때 각각 나타난 연관어의 순위는 달랐다. '인공지능'만 검색했을 때에는 '게임' '자동' '프로그램' '음성' 같은 단어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인공지능이 업무를 돕는 역할이나 게임 도구 정도로 이해된다는 뜻이다.
반면, '인공지능+미래'로 검색했을 때에는 '감정' '뇌' '우주' '네트워크' 같은 단어들이 주요 연관어로 등장했다. 미래의 인공지능은 사람의 뇌와 유사해지고, 단순 데이터에 따라 작동하기보다는 인간과 감정을 교류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미다. 미래 개척지인 우주를 탐사할 때 인공지능이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는 대중오락 매체인 게임과 영화가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영향력이 게임에서 영화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관어 순위에서 2013년 11위였던 ‘게임’은 2014년 23위로 내려간 반면, 2013년 19위였던 ‘영화’는 2014년 3위로 뛰어 올랐다. 영화는 2015년 3월말까지도 3위를 유지했다. 미래와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 ‘그녀(Her)’, ‘인터스텔라’ ‘채피’ 등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공존'일까 '대체'일까…일자리 불안한 사람들
4년 3개월 분석 기간 동안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안감이 높아지는 추세다. '위험하다'라는 연관어가 상위에 올라오는 한편, 올해 들어 '불안하다' '우려하다'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전체 기간 평균으로 봤을 때 인공지능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전체의 88%, 부정적인 반응은 12%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관련된 로봇이 제품으로 출시되거나 관련 뉴스가 보도됐을 때는 부정적인 반응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유명 인사들의 부정적인 발언이 나왔을 때 수치가 크게 뛰었다.

가령 검색 로봇 '큐로보(Qrobo)'가 등장한 2011년 5월에는 부정적인 반응의 비율이 전달보다 2.1%포인트 높아진 10.8%를 기록했다.
일본 연구진이 '말 통하는 로봇'을 우주 정거장에 파견한 2012년 11월엔 부정적인 반응이 전달보다 13.3%포인트 뛴 20.8%로 집계됐다. 구글이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를 인수한 2014년 1월에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22.6%까지 훌쩍 뛰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가 인공지능 연구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을 했던 2014년 10월, 2015년 1월에는 부정적인 인식의 비율이 각각 29.6%, 31.4%를 기록했다.

이런 우려는 '감성 연관어' 검색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011년 인공지능의 감성 연관어 상위 25개에는 '가능하다' '모방하다' '놀랍다' '똑똑하다' 같은 단어들이 상위에 올라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는 '가능하다' '이해하다' '대체하다' '모방하다'와 함께 '위험하다'는 연관어가 상위에 올라왔다. 특히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보도가 있은 올해 초에는 '대체하다'가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불안하다' '우려하다'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 “살기 좋은 미래” VS “인류의 최대 위협”

국내외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등장과 상용화를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있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데이비드 매퀴니 미국 IBM 글로벌 전략연구소 부사장은 2013년 “스스로 추론하고 판단하는 인지 컴퓨터가 신약 화합물을 며칠 만에 찾아낼 수 있고, 패션업계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등 다양하게 쓰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CEO)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검색엔진을 만드는 게 구글의 목표”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구글의 기술이사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컴퓨터가 인간보다 수백만배 더 많은 자료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인식 능력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인류의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은 인공지능”이라고 했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간은 생물학적인 진화 속도가 늦어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없으며 결국 대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초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의 에릭 호비츠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호비츠가 “인공지능은 새로운 개념과 범주를 만들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등 매우 창조적일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게이츠는 “인공지능의 힘이 너무 세지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의 유명한 발명가 클라이브 싱클레어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지성을 가진 기계와 경쟁한다면, 인류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의 분석 총평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사람들은 이제 인공지능의 출현을 먼 미래가 아닌 현재 시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특정 영역에서 인간의 삶을 도와주는 ‘약한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보다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하지만, 반대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데 대해 우려한다.

사람과 같이 추론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강한 인공지능’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편으로는 감정을 가진 객체가 우리의 외로움을 덜어주길 바라지만, 곧 인간보다 더 강하게 된 존재가 이 행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인간을 몰아내고 ‘새로운 알파(alpha)’로 자리잡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영화 ‘그렘린’에 등장한 기즈모(사진 왼쪽)과 그렘린

명과 암을 모두 가진 피조물이 만들어지는 이 시점, 처음으로 조물주의 역할을 맡은 인간은 자신의 창조가 귀여운 기즈모와 끔찍한 그렘린 중 어떤 것이 될까 동전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