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욱 고대구로병원 교수가 대장암 환자 상태를 상담하고 있다. 대장암으로 대장 안쪽 점막 염증과 출혈이 생긴 모습.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전 세계 18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2년 한국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45명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의 대장암이 미국, 유럽보다 위험한 수준으로 확인되면서 붉은 고기를 덜 먹고 채소를 많이 먹는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병욱(사진) 고대구로병원 대장암센터 교수와 함께 대장암의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대장암이란 무엇인가요?

“우리 몸의 소화기관은 식도, 위, 소장, 대장으로 구분됩니다. 대장은 소화기관의 마지막 부위로 수분과 전해질 흡수가 일어나고 음식찌꺼기를 대변으로 배출합니다.

대장암은 대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악성종양을 말합니다. 대장은 안쪽에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등 4개의 층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음식에 의해 직접적인 자극을 받는 점막층에서 암이 가장 많이 생깁니다.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대장암은 매우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증가속도가 매우 빨라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장암은 왜 생기는 건가요?

“대장암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음식과 대장암의 연관성입니다. 고기 섭취가 많은 국가에서 대장암이 많이 생기면서 대장암을 ‘선진국형 암’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고기 중에서도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지방이 많은 붉은색 고기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으면 이를 분해하기 위해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만들고 쓸개에서 담즙산을 생성합니다. 이후 대장에서 음식물을 분해하면서 담즙산과 콜레스테롤 대사산물을 만들게 됩니다. 이 때 독성 대사산물도 같이 만들어집니다.

독성 대사산물은 대장세포를 손상시키고 발암물질을 키웁니다. 먹은 음식에 따라 독성 대사산물이 많아질 수 있어 음식이 중요합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 필요한 생활습관은 무엇인가요?

“대장암을 막기 위해 변비가 없는 생활습관이 필요합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잡곡과 채소, 과일을 충분히 먹어야 합니다. 섬유질은 음식 찌꺼기와 발암물질을 밀어내고 유해물질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입니다.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대장 점막과 발암물질의 접촉시간을 최소화하게 됩니다.

신체활동이나 운동도 대장암 예방에 좋습니다. 장의 연동운동이 활발하면 유해물질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입니다. 대장 점막과 발암물질이 접촉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칼슘 섭취도 대장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칼슘은 소화기관에서 배출되는 지방산이나 담즙산과 결합하면 칼슘염을 만들어 냅니다. 칼슘염은 대장 점막을 독성물질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 고기를 적게 먹어야 하나요?

“몸의 면역력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양의 단백질을 꼭 섭취해야 합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 무조건 고기를 멀리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고기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지방이 많은 붉은색 고기보다 신선한 저지방 육류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선이나 닭 가슴살 같은 흰살 고기나 동물성 단백질을 대신한 콩이나 두부를 고르면 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조리방법은 굽거나 튀기는 것 대신 삶거나 찌는 방법을 이용해야 합니다. 육류를 굽거나 튀기면 발암물질인 헤테로사이클릭아민(HAs)이 생깁니다. 가공 육류와 인스턴트 식품에도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어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장암 증상은 어떻게 되나요?

“초기 대장암은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증상이 있더라도 체중 감소와 식욕부진, 빈혈 등 피곤하고 몸이 약해졌다는 느낌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장암 초기에 단순한 소화장애로 착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장암은 다른 암에 비해 암세포의 증식이 빠르고 전이율이 높아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100% 가까이 완치될 수 있습니다.”

-대장암 조기 진단 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대장암은 흔히 대변검사라 말하는 분변잠혈 반응검사부터 실시합니다. 대변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을 실시합니다. 대장내시경은 가장 정확한 검사방법으로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넣어 대장 전체를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환자는 검사 전날 죽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고 대장 내에 남아있는 변을 제거하는 약을 복용합니다.

50세 이상은 매년 대변검사를 시행하고 5~10년마다 대장 내시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대장에 용종이 있을 때는 1~3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생활 변화로 30~40대 젊은층의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검진이 필요합니다.”

-대장내시경에서 용종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원인에 관계없이 ‘선종성 용종’이라는 암의 전단계를 거쳐 암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선종성 용종은 대장 점막 표면에 생기는 혹입니다. 증상이 없는 50세 이상 성인이 대장 내시경을 받으면 약 30%에서 용종이 발견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 선종성 용종은 2008년 6만 8000명에서 2013년 13만명으로 나타나 5년간 1.9배 증가했습니다. 선종성 용종의 약 10%는 서서히 대장암으로 진행됩니다. 증상을 보일 때까지 5~10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대장학문학회가 권고하는 대장암 예방 식단.

1. 매 식사마다 잡곡밥과 지방이 적은 고기를 꼭 드세요.
2. 채소 반찬은 김치를 포함해 3가지 이상 먹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약간의 과일을 곁들인다면 충분한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