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매각을 추진 중인 금호산업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 품에 안길 가능성이 커졌다.

28일 복수의 채권단,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이날 오후 3시에 마감한 금호산업 본 입찰에서 인수 희망가격을 6007억원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금호산업 지배력 밖에 있는 계열사는 금호타이어가 유일하다. 금호산업이 누구 품에 안기냐에 따라 금호아시아나 그룹 판도가 바뀌는 구조다.

이에 따라 당초에는 인수 가격이 1조원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본 입찰 직전 인수 예상 가격은 7000억~8000억원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사 과정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으로 인한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고, 다른 계열사 관련 부채가 많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입찰 제시액이 8000억원만 확보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같은 채권단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인수가격을 6007억원으로 써낸 것은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한 발 빼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호반건설이 써낸 인수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이번 입찰을 유찰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이번 입찰을 유찰시킨 이후 재입찰을 추진하거나, 우선매수 협상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에게 수의 계약을 제의할 것”이라면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금액만 맞춰주면 금호산업이 박삼구 회장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 머릿속에 있는 8000억원의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지에 달려있다. 2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는 박 회장이 80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FI) 등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박 회장에게도 아킬레스 건이 있다. 박삼구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자금 조달을 위해 18개의 FI(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수에는 성공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우건설을 되파는 과정에서 풋백옵션을 상환하지 않아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채권단 또한 박삼구 회장이 풋백옵션 등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중을 여러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조달 여건도 악화됐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PEF(사모펀드) 모범 투자 규준을 제정하면서 옵션 투자 형식으로 이뤄지는 고금리 대출을 금지했다. 과거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각종 옵션을 적용해서 사실상 7~10%대의 고금리를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PEF자금을 유치했지만, 지난해 모범 규준 제정으로 이 같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와 매각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박삼구 회장이 외부 투자 유치에 얼마나 성과를 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었던 군인공제회, 대상그룹 등이 재무적인 백기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박 회장의 매제로, 여동생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의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