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험공사에 이어 우리은행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단독으로 추가 자금 지원을 마련하지 않는 한 성동조선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28일 성동조선 추가 자금 지원 계획안과 관련해 ‘부동의’ 입장을 수출입은행에 전달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쟁점 사항이었던 성동조선의 수주 가이드라인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이번에 지원될 예정이었던 자금도 9월까지 한시적인 회사 운영자금일 뿐 이후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28일 성동조선 추가 자금 지원 계획안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성동조선은 올해 초 채권단에 42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글로벌 조선업계의 저가 수주 경쟁으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면서 추가 운영 자금이 필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은행권에서는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무역보험공사가 자금 지원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수출입은행(2902억원)은 우리은행(960억원), 농협은행(338억원) 등 3개 은행이 참여하는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우리은행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성동조선 신규 자금 지원안은 사실상 부결됐다. 신규 자금 지원이 이뤄지려면 채권단의 75%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무역보험공사에 이어 우리은행도 반대하면서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채권금액 비율은 수출입은행 51.4%, 무역보험공사 20.3%, 우리은행 17.01%, 농협은행 5.99% 등이다.

무역보험공사의 불참 이후 우리은행 노조는 본점 건물 곳곳에 성동조선 추가 자금 지원 반대 대자보를 붙이고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압박했었다. 신용평가사들도 성동조선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면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 22일부터 우리은행 본점 곳곳에 성동조선의 자금 지원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붙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자금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조선업계가 살아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며 “이제는 결단을 내려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다음달까지 4200억원을 지원하지 않으면 회사가 자금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지금도 직원들의 월급과 자재 대금이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새로운 자금 지원 계획을 마련하지 않으면 성동조선이 법정관리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그동안 고용 등 전후방 효과가 큰 조선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 아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부실 조선사들을 지원해 왔다. 성동조선만 해도 직원이 1만명이 넘는다.

성동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이 현실화되면 부실 조선사들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부실 중견 조선사인 SPP조선과 STX조선해양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