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페르디난트 피에히

독일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 1·2인자의 권력다툼에서 페르디난트 피에히 이사회 의장이 마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에 백기를 들었다. 포르셰 가문의 자손으로 20년 이상 폴크스바겐을 지배했던 피에히 의장이 사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극한 대립 구도를 보였다.

25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78세의 오스트리아인 피에히가 빈터콘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피에히의 축출노력에 필사적으로 저항한 빈터콘 CEO는 이사회 멤버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폴크스바겐에 남게 됐다.

폴크스바겐은 성명서를 내고 “더 이상 성공적인 협력을 위한 (이사회 의장과 CEO의) 상호 신뢰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피에히 의장은 이에 즉각 의장직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고, 그의 부인 우르슐라 피에히도 이사회 멤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피에히의 후임으로는 베르트홀드 후버가 임명됐다. 그는 폴크스바겐 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외신들은 피에히의 사임이 전격적으로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에히는 1993년 CEO 자리에 올라 파산 위기에 몰렸던 폴크스바겐을 구출한 주역이며, 포르셰의 창업자 손자이자 엔지니어로서의 자질도 탁월했다.

여기에 1970~1980년대 아우디의 사업을 이끌었고, 폴크스바겐 ‘골프’ 같은 히트작도 탄생시켰다. 이후 2002년부터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룹의 큰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폴크스바겐의 수익성보다는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가 되기 위해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매출 2200억달러, 판매 1014만대를 기록하면서 일본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했다.

반면 빈터콘 CEO는 독일 내에서 노동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폴크스바겐을 이끌면서 8개의 브랜드를 12개로 늘렸다. 결정적으로 이사회의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계속 CEO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