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논란으로 최근 증시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내츄럴엔도텍’.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선뜻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무슨 뜻일까?

내츄럴엔도텍의 영어 이름은 ‘Naturalendo Tech’다. 간혹 ‘천연(natural) 그리고(and) 기술(technology)’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투자자들이 있는데, 실제 사명은 전문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내츄럴엔도텍은 천연 원료를 바탕으로 내분비 호르몬(endocrine hormone)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다. 논란이 된 백수오 관련 제품도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여성호르몬제였다. 내분비의 ‘endocrine’에서 endo를 떼어 이름에 달았다.

이처럼 코스닥 시장을 살펴보면 이름을 해석하기 어려운 회사들이 종종 눈에 띈다. 투자자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각 회사들은 사명을 지을 때 나름의 비전과 정체성을 담으려 노력한다. 난해한 회사 이름 속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 알고 보면 이런 뜻이…이름 속에 숨은 정체

지난 2월 간통법 위헌 판결 직후 상한가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던 콘돔 업체 유니더스는 영어 문장 ‘you need us’를 한글로 이어서 표기한 이름이다. ‘당신은 우리가 필요하다’는 문장을 통해 회사의 주력 제품이 피임 기구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분자진단 업체 씨젠(096530)(seegene)의 사명도 회사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보다’라는 뜻의 영단어 see와 유전자를 의미하는 영단어 gene을 합성해서, 말 그대로 유전자를 보는 업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제약업체인 휴온스(243070)의 사명은 휴먼 메디케이션 솔루션(Human Medication Solution)의 줄임말로, 사람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모바일 관련 회사인 크루셜텍은 ‘중대한, 결정적인’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crucial’을 이용해 ‘결정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라는 의미의 사명을 만들어냈다.

◆ 모르면 평생 모른다…톡톡 튀는 개성파 사명

‘애니팡’, ‘쿠키런’ 등 인기 모바일 게임을 만든 게임 회사들은 이름을 만든 배경도 남다르다.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의 사명은 창업자들이 일요일(sunday)마다 스터디룸 겸 카페 '토즈'에 모여서 창업 준비를 했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쿠키런’을 개발한 ##데브시스터즈(61200)는 개발이라는 뜻의 영단어 ‘development’와 자매를 뜻하는 영단어 ‘sisters’를 합성한 이름이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데브시스터즈는 해외에서 형제(brother)보다 자매를 더 친숙하게 여기기 때문에 시스터즈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녹화시설 공사 업체인 자연과환경(043910)의 사명은 원초적이어서 더 특이한 느낌이 든다.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연과 사람을 보호하고, 지구 환경을 보존하겠다는 사명감에 따라 회사 이름을 정했다.

◆ 의미 부여하느라 너무 어려워진 회사 이름

회사의 정체성을 사명에 넣으려다 회사 이름이 너무 어려워진 기업들도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업체 슈피겐코리아(192440)(spigen korea)의 사명은 거울을 뜻하는 독일어 ‘spiegel’과 유전자를 의미하는 ‘gene’의 합성어다. 고객의 마음을 거울로 비춰보듯 고객을 먼저 고려하고, ‘고객 중심’의 유전자를 가진 것처럼 일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슈피겐코리아는 이름에 2개 국어가 들어가는데다, 해외 법인들이 한국 지사를 세울 때 종종 사용하는 ‘코리아’까지 사용하다 보니 종종 외국계 기업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미국에 ‘슈피겐Inc.’란 이름의 자회사를 세웠는데, 외국 사람들이 모회사와 자회사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모회사 이름을 슈피겐코리아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공작기계업체 유지인트(UGint)도 더욱 복잡한 의미를 갖고 있다. 유지인트는 지난 2008년 ‘다사’와 ‘이노비즈텍’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유지인트 관계자는 “합병 당시 구조조정 없이 두 회사 직원들을 모두 데려간다는 의미로 '유지'라는 단어를 썼고,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의미로 'international'의 앞글자인 ‘int’를 합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렵게 만든 이름인데, 외국인 바이어들이 자꾸 회사이름을 ‘유진트’라고 불러서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이름만 보면 멕시코 기업일 것 같은 아즈텍WB(032080)는 모직 원단제조업체다. 아즈텍(aztech)은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tech)을 가진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고, 뒤에 붙은 ‘wb’는 회사의 예전 이름인 ‘왕벌물산’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