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어 아이젠하우어 지음|배명자 옮김|책세상|312쪽|1만4000원

“부인께서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부인을 먼저 떠나보낸 남편에게 물었다. 이런 질문에 간단히 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30년을 같이 산 부부였다면. 남편은 생각에 잠긴다. 그가 저자와의 면담을 시작한 것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칭송하거나 기리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고인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저자의 직업은 독특하다. 신문의 부음 기사를 전문으로 써온 작가다. 13년 전부터 독일의 유력 일간지 타게스 슈피겔에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추모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국내 신문에도 부음 기사는 빠지지 않지만, 10년 넘게 그 일만 맡는 전문기자를 둔 곳은 거의 없다. 저자에 따르면, 부음 기사 전문 기자는 유족 등에게서 전해 들은 고인의 인생사를 정리해 신문에 싣는 일을 한다.

저자는 추모 기사를 쓰기 위해 고인의 가족, 친구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깨닫고 회한에 잠긴다. 저마다 너무 뒤늦은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 중 하나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저자의 이력부터가 눈길을 끌 만하다. 240편의 추모 기사를 쓰면서, 세상을 떠난 240명의 사람을 알게 됐고, 이런 타인의 삶의 행적들을 통해 인생에서 정말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런 자신의 경험과 삶에 대한 사색을 충실히 책에 옮겨 놓았다.

저자는 독자들에게도 권한다. 언젠가 있을 자신의 죽음을 지금 이 순간으로 끌어와 미리 ‘나의 추모 기사’를 써보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의 경계가 임박해서야 비로소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음을 아프게 깨닫는다.

그는 ‘나의 추모 기사’ 작성을 위해 A4 용지 단 석 장을 허락한다. 지금까지의 인생, 소망, 목표를 적는데 주어진 분량이다. 어떤 이는 너무 적다고 항의할지도 모르겠다. 책 한 권에 걸쳐 자서전을 쓰는 사람도 있는데, 고작 세 장?

하지만 막상 그 앞에 앉아 보라. 무엇을 얼마나 쓸 수 있을까? 저자는 묻는다. ‘당신의 삶은 어땠나요?’ ‘살아보니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던가요?’

책을 읽는 동안에도 혼자 한참 고민해 봤다. 아, 대답할 것이 별로 없다. ‘뭐가 중요했지? 그냥 앞만 보고 달려오기만 한 것 같은데….’

저자는 진심으로 권한다. 당신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추모 기사’를 직접 써보라고.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