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23일 새벽.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1시 41분 '화성 기후 관측 위성(MCO·Mars Climate Orbiter)'이 화성 궤도 진입을 위해 태양전지판을 접었고 자세 제어를 시작했다. 모든 것은 순조로워 보였다. 잠시 뒤 위성은 화성 뒤쪽 궤도로 진입하면서 지구와 통신이 잠시 끊어지게 돼 있었다. 하지만 예정보다 49초 더 빨리 통신이 두절된 뒤 위성은 영원히 사라졌다. MCO 개발에 NASA가 들인 시간은 3년, 비용은 6억달러(약 6583억원)였다. 제대로 된 탐사조차 못 해보고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원인은 이틀 뒤 밝혀졌다. 로켓을 나가게 하는 힘인 '추력(推力)'이 미터법의 힘의 단위인 '뉴턴(N)'으로 표시돼야 하는데, MCO는 '파운드(lb)'단위로 입력돼 있었다. 1파운드는 1뉴턴보다 4.45배 큰 힘이다. 한 치의 오차조차 용납하지 않는 우주비행에서 치명적인 실수였다.

MCO 실종 사건은 단위 통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과 영국은 미터(m) 대신 피트(ft)를, 킬로그램(㎏) 대신 파운드(lb)를 사용한다. 당시 MCO 비행 데이터 분석을 맡은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lb와 ft를 사용하고 있었고, NASA는 MCO 미션에 ㎏과 m를 사용했다. 록히드마틴이 보낸 파운드 수치를 누군가 뉴턴으로 환산하지 않고 입력한 것이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1986년 1월 28일 발사한 지 73초 만에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도 단위 때문에 생겨난 참극이었다. 당시 NASA는 챌린저호를 실은 로켓 외벽 이음새의 고무 링에 문제가 생기면서 연료가 흘러나와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모든 부품은 미터 기준으로 제작됐는데 이중으로 만들어진 고무링이 미터가 아닌 인치(inch)를 기준으로 제작돼, 부품 간의 수치 차이로 미세한 오류가 생겨 정확하게 밀봉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도 단위 착오로 대형사고를 겪었다. 1999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이륙한 대한항공 화물기가 수분 만에 추락해 조종사 3명, 주민 5명이 사망했다. 당시 한국은 미국의 항공 체계를 따라 '피트'를 사용했지만, 중국은 '미터'를 사용했다. 공항 관제탑에서 "고도 1500m를 유지하라"고 지시하자, 조종사는 이를 1500ft로 알아듣고, 900m 고도로 날다가 추락한 것이다.

아직까지 많이 사용되고 있는 근·평 등의 단위를 정부가 굳이 근절하기 위해서 애쓰는 이유도 통일성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재래시장 등에서 통용되는 '1근'은 육류는 600g이지만, 딸기는 400g, 채소는 375g이다. 논·밭의 단위인 1마지기는 경기도에서는 150평으로 환산되지만, 충청도에서는 200평, 강원도에서는 300평으로 쓰인다. 강원도 사람이 경기도에 가서 땅을 사면서 '마지기'로 거래한다면 서로 다른 땅 크기를 생각하며 흥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