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유럽과 일본이 운영 중인 기상위성이 인도양의 적도 아래쪽에서 두 '사이클론'이 나란히 회전하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 사이클론은 태평양 북서부의 '태풍', 태평양 북동부와 대서양의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저기압이다. 열대저기압이 쌍둥이로 나타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설사 쌍둥이로 나타났더라도 진로가 달라지면서 계속 붙어 가는 일은 드문데, 기상위성이 이를 포착했다.

NASA제공

열대저기압은 북반구나 남반구의 위도 5도와 20도 사이에서 생긴다. 수온이 섭씨 26도 이상인 곳에서는 바닷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생긴다. 물이 끓으면 김이 위로 솟구치듯, 수증기도 위로 올라간다. 수증기가 올라가면 아래쪽에 공기가 빈 곳이 생기고 그쪽으로 주변에 있는 수증기가 다시 몰려든다. 이렇게 해서 열대저기압은 짧은 시간에 힘이 막강한 구름 덩어리 태풍으로 발달한다. 이것이 태풍이 발생하는 원리이다. 태풍은 보통 풍속이 초속 17.2m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로 오는 태풍의 구름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오리처럼 돈다. 지구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기 때문이다. 북극에서 적도 지방을 향해 대포알을 쏜다고 생각해보자. 지구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해 지구상 관측자에게는 대포알을 쏜 방향보다 오른쪽으로 휘어져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반구에서는 태풍의 중심으로 몰려드는 수증기도 반시계 방향의 회오리가 된다. 하수구에서 물이 늘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빠지는 것도 이유가 같다. 반대로 남극에서 적도로 대포를 쏘면 늘 왼쪽으로 휘어져 보인다. 이런 이유로 남반구의 열대 저기압인 사이클론은 북반구와 반대로 시계 방향으로 돈다. 사진 속 쌍둥이 사이클론의 구름이 시계 방향인 것도 이런 이유다.

적도는 수온이 가장 높지만 태풍이 생기지 않는다. 운동하는 물체는 지구 자전 때문에 북반구에서 오른쪽,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치우치지만 적도에서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따라서 수증기가 상승해도 시계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소용돌이가 생기지 않아 큰 구름이 되지 못한다. 태풍은 발생 초기에는 적도 부근에 부는 동풍에 밀려 서쪽으로 진행하다가 점차 중위도로 오면 편서풍 영향으로 북동쪽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사진에서처럼 2개 이상인 태풍이 근처에 있으면 서로 영향을 미쳐 진로가 더욱 복잡해진다. 동쪽 태풍이 북상해 사라진 뒤에야 서쪽 태풍이 북상하는 '시간차' 이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발견자인 일본 과학자의 이름을 따 '후지와라 효과(Fujiwhara effect)'라 부른다.

태풍은 늘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바닷물을 뒤섞어 적조 현상을 해소하고, 저위도의 에너지를 고위도로 이동시켜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이루게 하는 등 순기능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