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

기 백악기인 6700만~6500만년 전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는 공룡의 대명사(代名詞)이다. 공룡을 잘 모르는 사람도 티라노사우루스만큼은 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그리스어로 '폭군 도마뱀'이란 뜻이고, '렉스'는 라틴어로 '왕'이다. 말 그대로 공룡의 제왕이다.

티라노사우루스 화석 중 가장 큰 것은 미국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에 있는 '수(Sue)'이다. 1990년 화석을 발굴한 수 헨드릭슨(Sue Hendrickson) 박사의 이름을 딴 수는 몸길이 12.9m에 생전 몸무게는 6.4t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키는 4m이다. 1.5m가 넘는 머리와 커다란 입속은 바나나처럼 굵은, 최대 30㎝의 이빨들이 가득 차 있다. 무는 힘은 3만 뉴턴(N)을 넘는데, 몸무게 3t의 코끼리가 몸 전체로 짓누르는 것과 같은 힘에 해당한다. 지구에서 무는 힘이 가장 강한 악어의 두 배보다 훨씬 세다. 이 힘으로 먹잇감을 물고 부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가 남긴 배설물 화석, 즉 분화석(糞化石) 속에는 부서진 뼈가 가득하다. 지구에 살았던 동물 중 가장 강력한 포식자로서 부족함이 없다.

티라노사우루스는 1902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화석 탐험가 바눔 브라운(Barnum Brown)이 몬태나주에서 처음 발견했다. 그의 상사인 헨리 오즈번(Henry Osborn)이 1905년 지금의 이름을 지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지금까지 어린 새끼로부터 성체(成體)에 이르기까지 50개체 이상이 북미(北美) 서부 지역에서 발견됐다. 대중의 관심도 크지만 화석도 많이 발견됐기 때문에 연구가 가장 많이 된 공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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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의 가장 큰 특징은 남다른 성장 과정이다. 완전히 성숙하기 전인 16~20세 사이에는 성장 과정이 눈에 보일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4세까지는 천천히 자라지만 그 후 약 4년 동안은 1년에 767㎏씩 몸무게가 늘어났다. 매일 2㎏씩 몸무게가 늘었다는 말이다. 시카고에 있는 수는 나이가 28세로 추정된다. 성장하면서 모든 게 커지지만 앞발은 짧아진다. 발뼈도 짧고 두꺼워진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작은 앞발이지만 180㎏을 들 수 있는 근육이 발달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티라노사우루스와 그 조상을 포함하는 이른바 티라노사우루스류(Tyrannosauroidea) 공룡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1억6500만년 전인 중기 쥐라기 지층에서 처음 발견되는데, 크기가 인간보다도 작다. 원시 티라노사우루스류는 1억 1000만년 전기 백악기에 덩치를 키우기 시작해 이후 2000만년 동안 최상 포식자로 육상을 지배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조상 공룡종인 '딜롱(Dilong)'과 '유티라누스(Yutyrannus)'에게서는 원시 깃털이 발견됐다. 그렇다면 티라노사우루스도 깃털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온몸이 털로 덮였다면 그토록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열을 발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깃털은 장식용으로 일부 있고 나머지는 비늘로 덮였을 가능성이 크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집단 사냥도 했다. 몇몇 발굴지에서 여러 마리가 동시에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때로는 군집 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시체 청소부냐 아니면 사냥꾼이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먹잇감에 남은 이빨 자국이나 티라노사우루스의 위(胃) 내용물 화석 등으로 볼 때 주로 포식자 생활을 했지만, 시체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앞니는 먹잇감의 뼈를 건드리지 않고 살을 잘 발라낼 수 있게 다른 이빨보다 작으면서도 앞이 둥근 D자 형태였다. 뼈를 부술 때는 옆에 나 있는 크고 긴 이빨들로 물었을 것이다.

ifpedia

뉴턴(N)
힘의 단위. 1뉴턴은 1㎏의 물체를 1초마다 1m씩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힘의 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