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고이, 스고이! 대단해요!" "한국 남자 멋져요.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일본이 후끈 달아올랐다. 남자의 맨살, 그 터프하고도 달콤한 복근에 여인들이 자지러졌다. 지난 22일 도쿄 아카사카 브리츠극장에서 막을 올린 '미스터 쇼 인 재팬'. 작년 3월 국내에서 초연돼 '세상 말세 쇼' '남성 모독 쇼'로 논란을 일으키며 1년간 10만 관객을 동원한 박칼린 감독의 '미스터 쇼'가 일본에 상륙했다. 26일까지 5일간 10회 공연하는 이번 쇼는 TBS(도쿄방송)와 일본 최대 티켓 판매 사이트인 디스카라지가 공동 주최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진출도 꿈꾸는 '미스터 쇼'의 첫 해외 공연이다.

19세 이상 여성만 볼 수 있는‘미스터 쇼’가 도쿄 한복판 아카사카 브리츠극장에서 펼쳐졌다. 사진은 교복 윗도리를 열어젖힌 채 관객들에게 손짓하며 눈 맞추는 배우들.

22일 저녁 7시. 600석 규모 극장은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성황을 이뤘다. 빗방울이 떨어지는데도 관객들 줄이 이어졌다. 예의 바르고 수줍음 많은 일본 여성이라지만 그들도 '여자'였다. "레이디스 앤드 레이디스, 웰컴 투 미스터 쇼~"라는 오프닝 멘트가 울려 퍼지며 술렁이던 객석은 눈부시게 흰 셔츠가 벗겨지고 갈색으로 그을린 '초콜릿 복근'이 드러나자 들썩이기 시작했다. 유리벽 너머로 마지막 '한 장'까지 벗는 샤워 신(scene)에선 숨 넘어가는 웃음소리가 왁자했고, 눈앞에서 청바지가 찢겨 날아가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쏟아졌다. 여성 관객 셋을 무대로 불러올려 무릎 꿇고 애무하듯 춤추는 '랩댄스'에선 부러움과 충격이 뒤섞인 폭소가 터졌다.

두 달간 배운 일본어로 10년 산 현지인처럼 능청스레 공연을 진행한 정철호(뮤지컬 배우)씨는 한국과 일본 관객의 차이를 설명했다. "배우와 관객이 함께하는 칵테일 쇼 장면이 있어요. 동그란 칩을 배우 뒷주머니에 넣어주면 칵테일 한 잔을 드리죠. 일본 여성들은 칩만 얼른 꽂고 부끄러워 돌아서는데, 한국 분들은 주머니에 손부터 쑤욱~ 들어가요. 한 번 만져보려고(웃음)." 똑같은 반응도 있다. "양복, 교복, 군복, 청바지 벗는 장면 중 어떤 게 제일 멋지냐"고 물어봤을 때다. 양국 여성 일제히 "다 벗었을 때!"라고 외친다.

22일 첫공연이 끝난 뒤 9명의 배우들이 VIP좌석에서 관람한 관객들을 포옹하는‘서비스’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

박칼린 감독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여성들 로망과 욕망은 똑같더라. 억눌려 온 욕망을 분출시키고 행복감을 안겨줬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쇼케이스 차원이지만 "제작사와 투자자들, 객석의 분위기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 8월쯤 도쿄와 오사카에서 재공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박 감독은 밝혔다. 일본 공연 제작을 맡은 디스카라지 총괄책임자 혼다씨는 "미스터 쇼는 '제2의 콘보이쇼'로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평가했다. 1986년 일본에서 시작된 콘보이쇼는 남성들만 출연해 노래와 춤, 콩트와 연주로 엮어가는 유명 버라이어티쇼다.

한국에서처럼 피날레는 군복 신이 장식했다. 웃통을 벗어젖힌 채 물을 힘차게 밟으며 전진하는 '전사'들. 여성은 죽었다 깨도 가질 수 없는 그 파워와 박진감에 객석은 기립해 열광했다. 나오코(50)씨는 "일본 남자들에게선 볼 수 없던 그 멋진 몸, 꼭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이렇게 '서비스' 많은 공연인 줄 알았으면 비싸도 VIP(20만원)석을 사는 거였다"며 아쉬워했다. 오사카에서 왔다는 이소카(48)씨는 작년 11월 서울에서 이미 미스터 쇼를 관람한 마니아. 그녀는 공연 중 배우들이 찢어서 던진 티셔츠를 가슴에 끌어안고 말했다. "역시 최고예요. 섭섭한 건 서울서 가장 매력을 느낀 그 배우가 이번 공연엔 안 왔다는 거지요." 박 감독은 "마니아로 치면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두꺼운 층이 형성될 것 같다"고 점쳤다. "셰익스피어는 못 돼도 '섹스피어'로는 최고의 공연이니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