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 차례의 매각 시도가 무산된 휴대전화 제조사 팬택의 임직원들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고용 유지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22일 발표했다.

팬택 임직원 1300여명은 결의문을 통해 "회사 위기의 책임이 경영진을 포함한 구성원에 있는 만큼 회사 생존을 위해 어떤 어려움도 감수하겠다"며 "고용 유지에 대한 처분을 회사와 인수자에게 일임한다"고 밝혔다. 이미 팀장 이상 임직원 전원은 "회사가 생존하고 남은 구성원을 보호할 수만 있다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직서(辭職書)까지 제출한 상태다. 팬택은 "인수자가 느낄 수 있는 고용 유지에 대한 부담감을 낮춰 회사를 지키겠다는 간절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회사 정상화를 위한 희망의 끈을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임직원들이 '나를 해고해도 좋다'는 각오까지 하면서 벼랑 끝 호소에 나선 것은 회사 매각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팬택은 작년 8월 첫 매각 시도에서는 인수 후보자가 아무도 나서지 않아 유찰됐다. 2차 시도에선 미국 자산 운용사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가 막판에 인수 대금을 보내지 않아 매각 작업이 실패했다. 최근 진행된 3차 매각 시도는 국내외 업체 3곳이 인수의향서를 냈으나 법원이 "인수의향서가 유효하지 않거나 입찰자들이 실질적인 인수 의사·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매각 절차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법정관리인과 채권단이 청산이나 재(再)매각 시도 등 최종 처리 방안을 고심 중이다.

팬택은 1991년 박병엽 전 부회장이 무선호출기(일명 삐삐)를 만드는 벤처기업으로 창업해 누적 매출 29조(兆)원을 달성한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다. 현대큐리텔과 '스카이' 브랜드로 유명했던 SK텔레텍을 차례로 인수해 삼성전자·LG전자와 3강(强) 구도를 이뤘다. 하지만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이 삼성·애플 등 글로벌 거대 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팬택은 경영난을 겪어 왔고 박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팬택은 400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했을 만큼 탄탄한 기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팬택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500여 협력사들은 "부품 대금 일부를 받지 않겠다"며 팬택 지원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