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경 이신법률사무소 변호사

누군가 공무원에게 돈을 주었다는 주장과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돈을 받았다는 사람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변한다. 목숨을 끊으면서 진실을 밝힌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원한을 품고 죽음을 결심한 사람이 자신을 외면한 사람에게 복수를 벌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A가 B에게 3천만원을 주었다고 주장하는데, B는 ‘내 평생 A와는 돈 거래를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라고 주장한다면 돈을 주었다는 사람과 받았다는 사람 중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A가 B에게 계좌이체 하지 않은 다음에야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간접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간접적인 사실만으로 충분한 증명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A가 B에게 3천만원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당일, 은행 등에서 3천만원을 인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해도 A가 B에게 돈을 준 정확한 시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모순없이 일관되게 이어져야만 검찰은 유죄 입증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된다.

범죄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블랙박스나 CCTV도 없고, 당사자간 대화가 녹음된 파일도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말이 정면으로 대립할 때, 보다 확실하게 진실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럴 때 거짓말탐지기가 사용된다.

거짓말탐기지(심리생리검사기)는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검사자의 질문에 답변을 할 때 답변자의 생리적 변화를 체크하고 분석한다. 거짓말 여부는 검사자가 거짓말탐지기의 분석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즉,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때 거짓말을 하면 심리적 동요에 따라 혈압, 맥박, 호흡 및 피부전류저항 등 생리적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전제로, 거짓말탐지기는 그러한 생리적 변화를 측정, 기록하는 것이고, 검사자가 그 기록의 해석에 의하여 피검자의 진술이 거짓인지 사실인지 추론하는 것이다.

그런 검사와 해석의 결과가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질을 갖춘 검사관이 질문을 정확하게 만들어야 하고, 피검사자가 정상적인 심리적, 신체적 조건에 있어야 하며, 검사 진행 절차도 적절하여야 한다. 검사실도 특정한 시설을 갖춘 곳이어야 하며 기계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거짓말탐지기를 신뢰하는 사람들은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조사결과는 거의 100% 확실하다고 말한다. 반면 거짓말탐지기의 원리를 기초로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거짓말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질문’의 작성은 매우 정밀한 작업인데, 그러한 작업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질문지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으면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돈을 받은 사람이 ‘돈을 받은 적은 있지만 뇌물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경우 ‘뇌물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받지 않았다’고 대답하면 진실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밀한 질문지 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리적 변화를 정확히 체크하고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는 경우 피검사자의 정상 반응을 확인하고 필요 이상 계속되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관련 질문’을 하여야 하는데, 예컨대 "2015년 현재 대통령은 이명박이다"라는 질문이나 "2015년 현재 대통령은 박근혜다"라는 질문에 정상적으로 대답을 했는데도 모두 비정상적으로 불안한 심리적, 생리적 상태의 반응이 나온다면 실제 의미있는 ‘관련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한 조사결과도 ‘판단불능’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 환경과 검사자의 태도가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불안한 심리 상태에서 답변을 하는 경우 실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또 ‘각본’을 진실로 믿을 정도로 훈련된 경우 진실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예컨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대비한 훈련을 받은 간첩은 국정원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절차를 무사히 통과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탐지기가 진실을 담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난점이 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하급심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 위증 혐의자에게 무죄 판결이 선고된 예도 있다.

수사기관에는 검사용 질문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이상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는 매우 정확하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형사 수사에 있어서 거짓말탐지기는 강제 수단이 아니고, 피의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사용될 수 있다.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한 결과도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사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심지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증거로 사용하는데 동의하는 경우에도 단지 정황증거로만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이 역시 거짓말탐지기 사용이 확대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거짓말탐지기의 성능에 대해 신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거짓말탐지기는 진실을 100% 확인할 수 있는 완전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절대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분들을 보노라면 ‘그렇게 자신있으면 수사기관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먼저 요구해서 논란을 없애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거짓말탐지기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에게는 영화 ‘원초적 본능’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