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 빈번했던 크고 작은 안전사고와 주변 지역 지반 침하 논란 등을 빚었던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몰·타워. 롯데월드몰의 쇼핑몰동은 지난해 10월 완공돼 준공 6개월째를 맞았고, 최고층 메인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102층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시공 기간 내내 안전 논란 문제가 거셌던 탓에 바라보는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롯데월드몰·타워에 어떤 불안한 요소가 있는지, 믿고 이용할 수 있는지 등 롯데월드몰·타워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한국을 대표하는 고층 건물이 될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고층 건물(123층, 555m)로 시공되는 만큼 지반 환경과 설계, 자재 등에서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시공 과정을 거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시공중인 롯데월드타워 전경

수족관 누수와 영화관 진동 등 쇼핑몰동 준공 이후 최근 잇따라 일어난 안전 문제로 시민의 불안이 증폭되면서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오해와 편견까지 나오지만, 사실 전문가들은 치밀한 설계와 시공을 거친 롯데월드타워가 국내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 중 하나라고 말한다.

롯데월드몰·타워의 경우 현재 ‘제2롯데월드’로 많이 알려져있는데, 정확하게는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로 구분된다. 롯데월드몰 안에 쇼핑몰동(11층)과 애비뉴엘동(8층)이 있기 때문에 타워동까지 합하면 총 3개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조선비즈는 4월 6일 국내 건축물 구조 안전 전문가로 꼽히는 서울대 건축학과 박홍근 교수와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시공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현재 롯데월드타워는 103층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날 박 교수와 함께 102층까지 올라갔다.


사용된 철골·철근 무게만 4만톤, 아파트 5000가구 지을 규모

롯데월드타워 102층 시공 현장에서 가장 먼저 살펴본 건 코어월(중앙 구조물)이었다. 코어월 주변에 콘크리트를 붓기 위한 거푸집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아래층까지 올라온 코어월을 내려다보니 철근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은 공사장 답지 않게 깔끔하게 유지돼 있었다.

박 교수는 “안전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롯데월드몰·타워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많은데, 사실 구조적으로 쉽게 문제가 발생할 건물이 아니다”고 했다.

초고층 타워동 건물을 받치는 건 8개의 메가 기둥과 코어월이다. 메가 기둥은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3.3m에 이르는 거대한 기둥이다. 이 기둥은 75층까지 올라가는데,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크기는 작아진다. 저층부터 꼭대기까지 휘어지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 기둥은 비행기 충돌에도 견딜 정도로 단단하다.

롯데월드타워를 받치는 메가기둥. 세로와 가로 길이가 3.3m에 이른다.

박 교수는 “롯데월드타워 평면을 보면 메가 기둥 8개 이외는 다른 기둥이 없다”며 “구조적으로 바람·지진에 버티는 가장 효율적인 공법이기 때문에 이렇게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물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고강도 콘크리트도 사용됐다. 박 교수는 “1㎠당 8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고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된다”며 “콘크리트 안에는 철근이 빼곡하게 들어 있어 애초 허용된 힘보다 2배 정도 강한 힘이 가해져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 100층까지 올리는데 사용한 콘크리트 양은 19만5000㎥다. 전용 105.8㎡(32평) 아파트 5000여 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다. 사용된 철골과 철근은 각각 4만톤을 넘는다. 철골 4만톤이면 여의도 IFC 건물 4개동을 지을 수 있고, 철근 4만톤이면 4230가구(전용 105.8㎡) 의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다.

75만톤 버틸 수 있는 지반설계, 건물은 초속 80m 바람도 견뎌

롯데월드타워는 완공되면 무게만 75만톤에 달한다. 이 정도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선 그만큼 지반이 단단해야 한다.

롯데는 화강석 암반 위에 4200여톤의 철근과 8만톤의 고강도 콘크리트를 투입한 기초공사를 거쳤다. 이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 부르즈칼리파 기초공사에 투입된 콘크리트 양의 2.5배다. 암반에는 지름 1m, 길이 30m 의 파일 108개도 추가로 넣었고, 그 위에 또 6.5m의 두께로 콘크리트를 부었다.

롯데월드타워 100층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롯데월드타워의 토목설계를 맡은 에이럽(Arup)의 제임스 시즈 왕 초(James Sze Wang-cho) 홍콩 지사 부사장은 “초고층 건물은 무거운 하중으로 가라앉기 마련인데, 롯데월드타워의 지반은 부르즈칼리파의 예상 침하량의 절반 수준으로 견고한 편”이라며 “현재 지반 침하량을 조사한 결과, 롯데월드타워는 예측 값 39㎜의 절반도 안 되는 9㎜ 정도의 침하량을 보이고 있어 예상보다 더 튼튼한 지반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규모 지진이나 태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롯데는 만에 하나를 대비해 내진에 버틸 수 있는 기능도 강화했다. 국내 고층빌딩은 대부분 리히터 규모 6.0을 견디는 수준이지만 롯데월드타워는 리히터 규모 7.0 의 지진도 견딜 수 있다.

최대 순간 풍속 초속 80m의 바람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2003년 한국을 강타했던 태풍 ‘매미’의 중심 풍속이 초속 40m 수준이었다. 지상 10m 높이에서 부는 최대풍속(10분간 분 바람의 평균풍속) 초속 30m의 바람은 롯데월드타워의 최고층인 555m 높이에서는 최대풍속 초속 55m 이상의 강풍이 된다.

롯데월드타워 코어월 외관 콘크리트에 박힌 철근

롯데 측은 “횡력저항을 잡아주는 첨단구조물인 ‘아웃리거’와 ‘벨트트러스’를 통해 내진설계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아웃리거는 코어월과 8개의 메가 기둥을 연결해주고, 벨트트러스는 8개의 메가 기둥을 각각 연결해 외부의 힘에 저항하는 강도를 높이는 기능을 한다. 타워크레인이 무거운 자재를 들 때 하부에 보조 다리를 둬 흔들리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박 교수는 “지반 침하와 수평 변형 값을 측정한 결과, 설계 단계 때 예상했던 값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돼 건물 구조의 안전성이 확인·예측 된다”며 “이 정도의 건물을 지을 땐 자그마한 실수도 치명적인 안전 문제가 될 수 있어 모든 기술자가 안전 인식을 갖고 작업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