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의 ‘트레이드 마크’인 규제개혁 조치에 대해 기업인들이 ‘낙제’ 수준의 점수를 내렸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책 당국자들이 ‘규제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성과가 없고, 공무원들은 여전히 규제개혁에 소극적이라는 게 현장 기업인들의 판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9일 발표한 ‘2015규제개혁 의식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만족한다는 기업은 조사대상 560개의 7.8%에 그쳤다.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고, 약간 만족한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반대로 불만족하다는 대답은 29.8%에 이르렀다. 매우 불만족하다는 답변은 11.4%, 약간 불만족하다는 답변은 18.4%에 달했다.

만족하지도 않고, 불만족스럽지도 않는 ‘보통’이라는 응답은 60.4%에 달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개혁 정책에 대해 기업인들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에 대해 기대를 갖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규제개혁 조치에 불만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핵심적인 규제개혁 조치가 미흡’(34.5%)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단두대에 올려서 한꺼번에 처리하겠다"고 말하며 ‘규제 기요틴’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기업의 의사결정에 장애가 되는 규제가 척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재계는 최근들어 ‘지주회사 규제’ 등 자발적인 사업 재편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규제개혁 약속과 달리 ‘보이지 않는 규제가 강화’(24.3%)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산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도입된 탄소배출권 규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밖에 ‘중복-상호 갈등 관계인 규제 때문에 사업에 차질이 있다(21.6%)’, ‘규제개혁 관련 입법이 지연되고 있어 효과를 못 느낀다(12.2%)’는 답변에도 힘이 실렸다.

이같은 실망감은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기업(9.1%)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 기업(37.3%)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규제개혁이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 기업(45%)은 ‘진전될 것’이라고 본 기업(18.4%)의 두배 이상이었다.

규제개혁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기업의 4분의 3(73.9%)가량은 “정부가 규제개혁 의지와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고 응답했다.

기업인들은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로는 ‘법령 개선 등 신속한 후속조치 추진’(55.5%), ‘공무원의 규제개혁 마인드와 태도 개선’(52.0%) 등을 요구했다. 분야별 우선추진 과제는 ‘대기업 규제’(40.2%), ‘노동규제’(32.6%), ‘금융규제’(28.1%) 등이 지목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규제 기요틴 사안 이후 규제 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입장이나 결과가 전무하다"며 "규제개혁장관회의는 재차 연기되고 있고,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굵직한 사안들은 대부분 표류 중이어서 작년같은 기대감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