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의 ‘삼성-현대차’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가 장기 불황 국면에 빠져들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이런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4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계열사 11곳의 당기 순이익은 33조5690억원으로, 30대 그룹 1162개 계열사의 당기순이익 총합 41조5690억원의 8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현대차그룹의 당기순이익이 30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과 2011년까지만 해도 각각 47.5%와 49.2%에 그쳤지만, 2012년 69.1%ㅀ 급상승한 이후 매년 6%포인트씩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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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30대 그룹에 속한 대기업들의 수익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에 이같은 추세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CEO스코어 분석자료로 보면 30대 그룹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80조1510억 원에서 지난해 41조5690억 원으로 48.1% 감소했다. 삼성과 현대차를 뺀 28개 대기업들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42조1130억원에서 7조8930억원으로 무려 81%나 급감한 셈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당기순이익 또한 같은 기간 38조 380억 원에서 33조 6760억 원으로 11.5%(4조 3천620억 원) 줄어들었지만, 나머지 대기업보다는 낙폭이 크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24조 4980억 원에서 지난해 20조 9990억 원으로 14.3%(3조 4990억 원) 감소했고, 현대차그룹은 13조 5400억 원에서 12조 6770억 원으로 6.4%(8630억 원) 줄었다. 삼성그룹 당기순이익이 30대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0.6%에서 50.5%로, 현대차그룹은 16.9%에서 30.5%로 각각 높아졌다.

반면, 삼성-현대차 그룹과 나머지 28개 대기업 간 매출액 증가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30대 그룹 전체의 지난해 매출은 1350조 8910억 원으로 2010년(1133조 9760억 원)보다 19.1%(21조 6915억 원) 늘었다.

삼성-현대차그룹은 같은 기간 384조 2050억 원에서 468조 5280억 원으로 21.8% 증가했고, 다른 28개 그룹은 749조 7천710억 원에서 882조 3천630억 원으로 17.7% 늘어났
다.

재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출 증가율이 엇비슷한데 수익성 증가율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삼성-현대차와 달리 나머지 대기업들이 제품 차별화와 생산성 향상 등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나머지 기업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금융권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