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지원 가능한 재정정책, 구조개혁에 더 큰 영향"
통화정책 의존 경계…"금리 세 번 낮춘 나라 많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현지 시각) “통화정책은 경기순환적 요인에 대처하는 단기 거시정책이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 중이 이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기준금리를 1년 동안 세 번(지난해 8월 ,10월, 올해 3월) 낮추는 등 통화·재정 정책으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 부진에 대응해 한은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면 노동시장 개혁과 공무원 연금 개혁 등 구조개혁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정치권의 힘도 필요하고, 노조와 사측이 타협하며, 가계도 정부정책에 호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며 “정치권에 ‘경제살리기 위한 소통창’ 같은 게 있다면 경제 심리가 굉장히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정책은 구조개혁에 미치는 영향이 통화정책보다 더 크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정책은 연구·개발(R&D) 투자에 선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따진다면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구조개혁에 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발언을 소개하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와 올해 기준금리를 세 번이나 낮췄는데, 금리를 세 번씩 낮춘 나라는 많지 않다”고도 했다.
지난 3월 한은 금통위가 전격 금리 인하에 나서며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다소 매파(hawks·긴축적 통화정책 강조)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총재는 이달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기존 3.4%에서 3.1%로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 경제 성장의 상방·하방 위험이 모두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유럽 경기 회복은 우리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엔화 약세는 우리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꾸준히 제기되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유가 하락에 직접 영향을 받은 7개 품목을 제외하면 물가 상승률은 2%대”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우리가 곧바로 금리를 따라 올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7일 “미국의 금리 인상이 꼭 한국 (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와 미국의 통화정책이 일시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