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울대 사회대에 입학한 이모(23)씨는 지난해 군 전역 후 본격 취직 준비에 들어갔다. 평소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는 '취업을 잘하려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주변 권유에 지난 2월 공대 컴퓨터공학부에 복수 전공을 신청했다. 이씨는 "공학 용어가 생소해 어려운 점이 많다"며 "공대생들과 경쟁하려면 2~3배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공대가 타대보다 '취직이 잘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복수 전공, 부전공으로 공대를 선택하는 서울대생이 늘고 있다. 16일 서울대 공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복수 전공으로 공대 학과를 선택한 서울대생은 1·2학기 합해 1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 46명으로 3년 만에 약 4배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6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1학기에만 61명이 복수 전공으로 공대를 선택했다. 이 61명 중 인문·사회·경영·사범대 등 문과 계열 학생은 24명이었다. 디자인학부 소속으로 공대를 복수 전공하겠다고 신청한 미대생도 2명이 있다. 이 비(非)이공계 학생들이 공대에서 복수 전공으로 가장 많이 선택한 학과는 컴퓨터공학부(22명)였다.

부전공으로 공대를 선택하는 학생 역시 늘고 있다. 2010년 15명이었던 공대 부전공 신청자는 지난해 47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1학기에만 62명이 공대를 부전공으로 신청했다.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생들 사이에서도 공대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전공을 선택한 자유전공학부생 254명 중 공대를 고른 학생은 18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23명 중 32명이 공대를 선택했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학사(學士) 학위가 인정되는 복수 전공은 해당 학과의 수업을 39학점 이상 이수하고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부전공은 해당 학과의 수업을 21학점 이상 이수하면 된다. 서울대 공대 관계자는 "최근 이공계 출신을 선호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공대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