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지음|한국경제신문|448쪽|2만5000원

40쪽쯤 넘어가자 이 책을 가장 꼼꼼히, 빠르게 읽어야 할 독자는 '경제 기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는 정책 입안자, 공무원들이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중에는 대학생, 나아가 경제 최전선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을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현실 경제를 알려주는 좋은 안내서라 할 만하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저자는 현재 국립외교원 석좌교수로 있다. 경제 관료 시절 그에 대해서는 지표 성적은 좋았지만 눈에 띌만한 업적은 적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때가 좋았는데도 활약상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지만 이 책에서는 실무에서 쌓은 내공을 십분 발휘한다.

물론 흠이 없지 않다. 가령 이런 부분이다. 1장 1챕터 중 '교과서적 구조개혁을 기대하며'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1년여 간 추경, 투자 활성화, 부동산 대책 등 전방위적 정책노력을 통해 성장률을 1분기 1.5%에서 4분기 3.9%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고용과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인 경기개선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노동시장 참여가 확대되면서 2014년 들어 80만 명대를 웃도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완전히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경제부총리 여부를 떠나서) 너무 좋게만 본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가령 청년 실업률에 대한 지표나, 창업 활성화를 위한 안전장치 부족에 대한 진단이 빠졌다는 점이 아쉽다.

그 문단에 뒤이어 "다만, 대내적으로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 불안 등 대외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흑자, 재정건전성 등 양호한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썼다.

경제 전망을 좋게 본 것 자체에 토를 달 생각은 없지만, 당시 문제를 진단하는 측면에서 세부적인 사항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든다.

고개를 끄덕인 부분은 2장 1챕터 첫번째 부분인 '총선보다 경제에 올인해야'라는 대목이다.

"어느 틈엔지 정치권에서도 '4월 총선 올인'이라는 식으로 유행어를 사용하면서 모든 힘을 총선에 쏟아붓고 있다. 예컨대 국회는 국가 체면과 적잖은 국익이 걸린 한·칠레 FTA 비준안을 세 번이나 연기시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다가, 지난 16일에야 겨우 통과시켰다."

"정부가 일자리 몇 십만 개, 또는 몇 백만 개 창출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거나, 신용카드 사태만 해결되면 국내경제가 잘 풀릴 거라며 국민을 안심시키려고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 날시가 흐리면 비가 올 것에 대비하듯이 정부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

지난해 부동산 3법이 연말쯤 통과되면서 업계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제 정책이 선거 눈치에 밀려 실행이 늦어진 경우였다. 경제를 발목잡는 정치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금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