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런 싱크먼 지음|배충효 옮김|책세상|371쪽|1만7000원

‘백설공주는 왕비의 친딸이었다. 어린 소녀였던 공주는 자신의 친아버지이자 왕비의 남편인 왕과 성관계를 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왕비는 질투심과 경쟁심에 불타 백설공주를 죽였다(고 믿었다). 백설공주는 일곱 난쟁이의 집에 머물며 그들과도 성관계를 가졌다. 그녀가 죽은 뒤 불쑥 나타난 왕자는 사실 시체성애자였다. 다시 살아난 후 왕자와 결혼한 백설공주는 친어머니인 왕비에게 불에 달군 구두를 신겼고 살이 타는 냄새가 성 안에 진동했다.’

한때 동화 ‘백설공주’의 원작이라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얘기다. 원작이라는 설은 틀렸으며 키류 미사오의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 중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이 이야기는 여전히 성인용 구전 동화로 입에 오르내린다.

이 ‘막장’ 동화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이런 것이었다. 왕비는 왜 남편과 친딸의 성관계 장면을 보고 패륜에 대한 충격이 아닌 여성으로서의 패배감, 질투를 먼저 느꼈을까. 왕비에게 있어 왕은 딸을 범한 패륜적인 아버지이기에 앞서 다른 여자로부터 지켜내야 할 남편이었다는 것이 작자의 생각이겠다. 어차피 소설이라는 게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해도 나로서는 쉽게 공감하긴 힘든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 ‘미의 심리학’의 논리대로라면 왕비는 물론 친딸을 범한 왕의 심리마저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움에 대한 원초적인 욕망과 집착을 갖고 있으며, 이는 부모와 자녀 간에도 무의식 중에 발현된다.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마음이 이성(異性)의 부모 자식 사이에 끼어들면 상대를 성(性)적으로 쟁취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동성(同性) 부모와 자식 사이에선 경쟁 의식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사춘기 소녀는 어머니가 미용 도구를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장소에 손을 집어넣어 그것을 찾아내서, 아름다움의 힘을 빌려 어머니를 따돌리고 아버지를 쟁취해서 성적 만족을 얻고 임신을 하길 원한다’고 썼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그는 이 모든 사고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동화 ‘미녀와 야수’에서도 천륜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발견해낸다. 그는 ‘어느 숲에서 길을 잃은 미녀의 아버지는 갓 피어난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꺾는데’ 이것이 ‘무의식적 근친상간의 욕망을 암시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적는다.

이렇듯 책은 인간 심리에 내재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다. 정신 분석가이자 심리 치료가인 저자가 직접 만난 상담자들의 사례를 곁들여 이런 원초적 욕구를 생생하게 설명했다. 욕망이 도착적이거나 가학적인 행위로 이어지는 사례도 다양하게 소개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저자의 가치 판단은 뚜렷하지 않다.

저자는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작품을 예로 들면서 이런 해석을 내놓다. “꿈속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수가 놓이고 보석이 달린 원단, 비현실적으로 길게 소용돌이치는 옷자락, 헝클어진 깃털과 금박으로 치장한 그의 작품 곳곳에서는 잔인한 폭력과 제자리를 벗어난 신체 부위, 지배와 굴복, 심지어 강간에 대한 애호까지 읽힌다.” 저자는 맥퀸이 아름답고 ‘입기 고통스러운’ 옷을 만드는 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병적인 집착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책은 제목만 놓고 보면 미학과 심리학을 적절히 섞어놓은 내용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정작 내용은 심리학 쪽에 많이 기울어 있다.

복잡한 심리학 개념이 낯선 독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논쟁적일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는 않아 더 혼돈을 줄 수도 있다. 심리 상담가나 적어도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