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주의 전성시대다. '중국 소비주'란 중국 현지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을 말한다. 화장품 업종 대표주인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300만원을 넘은 것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덕분이었다. 사업 내용에 '중국'이 한 번만 들어가도 투자자들이 눈여겨본다는 이야기가 증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중국 소비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나라 투자자들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주식을 순매수하는 중국계 자금도 2012년 이후 중국 소비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QDII펀드, 3년간 국내 주식 1조3000억원 순매수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중국계 자금은 세 종류로 나뉜다.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 국가외환관리국(SAFE)투자공사, 그리고 QDII(적격 국내 기관 투자자)다.

QDII는 중국 외환관리 당국이 해외 자본시장에 투자할 권리를 내준 금융기관을 뜻한다. 증권, 보험, 은행이 펀드를 통해 해외 주식을 순매수한다. 국가기관인 CIC와 SAFE는 어디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 수 없지만, QDII는 분기마다 한 번씩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중국의 금융데이터 분석 업체인 WIND에 따르면 2012~2014년 QDII펀드는 한국 주식을 1조3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펀드가 한국 주식보다 많이 매수한 외국 주식은 미국 주식 정도다. 한국 주식을 편입한 펀드 수는 2009년 3개에서 지난해 10개로 증가했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중국의 해외 투자 자금은 주로 국부펀드를 통해 운용됐지만 최근 정부가 QDII를 새로 허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한국 증시로 유입되는 중국 가계 자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오리온·코스맥스…중국계 자금도 주목

QDII펀드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국내 주식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였다.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포스코·KB금융·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2012~2014년 동안 이 종목들의 순매수 금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기간 순매수 금액이 많이 늘어난 종목은 중국 소비주로 분류되는 기업이었다. 지난해 QDII펀드는 농심오리온을 새로 편입했다. 각각 3125만위안(55억원), 2537만위안(45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농심은 해외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7%로,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 법인의 매출액이 급증하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력제품인 신라면이 현지 할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를 끈 덕분이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 생산)업체인 코스맥스는 지난해 388만위안(9억원)을 편입했는데, 2012년에 비해 투자 금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회사는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국내외 주요 화장품 회사를 고객사를 두고 있는데 특히 중국 법인은 설립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CJ오쇼핑·아모레퍼시픽·코웨이·이마트에 대한 투자 금액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비해 제품 경쟁력이 뛰어나 현지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투자자들도 관심이 많다"면서 "QDII펀드를 통한 개인들의 투자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소비 관련주, 중장기적으로 유망"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이 많이 소비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실적 개선에 힘입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맥쿼리증권은 14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관광객 수가 향후 3년간 연평균 30%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홍석 연구원은 "지난해 해외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 인구의 2.1%에 불과하고 한국 방문객은 0.4%밖에 안 된다"며 "한국은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여서 방문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화장품, 호텔, 카지노 등 관련주가 유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