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9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2015 지식향연’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생들에게 “인문학으로 통찰력을 키우라” 주문했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정 부회장은 9일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2015 지식향연’에서 “세상이 스마트한 사회가 되며 어느 대학에 가야할 지, 어떤 전공을 해야할 지까지 스마트폰에 묻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개개인의 건강한 사고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스마트폰이 사람 대신 정보를 저장해 주다 보니 사람의 기억력이 퇴화하고 있다”며 “사람이 생각하는 힘은 기억이라고 부르는 정보의 집합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기억력의 퇴화는 사고력의 퇴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스마트 기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청년층이 디지털 치매에 가장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 기기로 인해 떨어진 사고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독서, 작문, 토론을 꼽았다.

정 부회장은 “세계적인 맹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는 자서전에서 ‘법학 점자책을 공들여 읽은 게 자신을 변호사가 되게 했고, 고전을 접하며 갖게 된 감성이 아름다운 노래를 하는 성악가로 만들었다’고 했다”며 “책을 읽고 숨어있는 맥락을 하나 둘 찾아내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발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버드에서는 신입생에게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시키는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관점을 한 번 더 성찰하게 되고, 타인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며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손편지부터 시작해 생각을 다듬어 글쓰기 연습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직접 만나 토론을 하는데, 신입 사원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잘 전달하는 사람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며 “토론에서 말을 하고 듣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논리가 더 정교해진다”고 말했다.

‘지식향연’은 신세계그룹이 인문학 중흥을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신세계그룹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명사의 강연, 인문학 서적 번역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식향연에 매년 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지식향연 참가 학생 중 20명을 ‘청년 영웅’으로 선발해 프랑스, 벨기에, 영국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방침이다. 또 청년영웅으로 선발된 대학생은 신세계그룹 채용 단계에서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면제받게 되며, 장학금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정 부회장 외에도 한형조 포스텍 철학과 교수,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등이 연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