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선 회장, 정성립 사장.

한국 조선업계의 최전성기이던 2000년대를 이끌던 구관(舊官) 최고경영자들이 '빅3 조선사' 선장(船長)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본을 제치고 한국 조선업을 세계 정상으로 견인한 이들이 위기에 빠진 조선업체를 되살리는 중책을 맡은 것이다.

이달 6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사장으로 추천한 정성립(65) STX조선해양 사장은 9년 만에 친정에 복귀한다. 그는 1981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5년 정도 사장으로 일했다.

정 사장은 영국과 노르웨이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며 해외 선주(船主)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은 영업통이다. 관리본부장과 사장으로 재임 시절 노조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런 이유로 정 사장이 조직을 추스르고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벌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은 이달 10일 임시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로 추천된 뒤 다음 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사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작년 8월 현대중공업 CEO를 맡은 최길선(64) 회장도 2001~04년, 2005~09년 두 번에 걸쳐 현대중공업 사장을 맡는 등 13년 동안 현대중공업 계열 조선소 사장을 두루 거쳤다. 정성립 사장과 대학 동문(서울대 조선공학과)인 그는 현대중공업 창립 멤버로 입사한 뒤 주로 생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통이다. 2009년 'T자형 독' 아이디어를 내는 등 생산 기술에 정통하다. 그의 사장 재임 시절이던 2009년, 현대중공업은 사상 처음 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선 두 사람의 복귀에 대해 조선업계에 역량을 두루 갖춘 CEO급 인사가 제한돼 있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