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콤은 올해 1월 별도의 허가 절차없이 혈당이 자동 전송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의료기기회사 덱스콤은 지난해 손가락 크기의 미세한 센서를 피부에 부착하면 5분마다 혈당을 측정하는 혈당측정기를 개발했다. 측정된 혈당은 별도의 수신장치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자동으로 전송된다. 환자의 혈당 수치가 너무 높거나 낮을 경우 수신장치와 스마트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수치에 따라 혈관 질환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평소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이 기술을 통해 당뇨병이 있는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실시간으로 혈당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덱스콤은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혈당측정기에 대한 허가를 신청했다. FDA는 수신장치 외에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도 의료기기로 허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구용으로 사용해오던 앱도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때까지 사용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반발한 이들은 환자의 부모들이었다.

같은 달 당뇨병을 가진 자녀를 둔 일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덱스콤 앱과 같은 앱을 개발하는 ‘나이트스카우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FDA의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프로그램을 모두 무료로 배포했다.

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결국 FDA도 백기를 들었다. FDA는 올해 1월 건강관리를 위한 앱은 허가가 아니라 간단한 등록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덱스콤 앱도 별도의 심사없이 등록 확인만으로 승인했다. 이 앱은 오는 10일 출시되는 애플워치에도 들어간다.

하지만 덱스콤 앱과 같은 혈당측정 앱은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FDA와 달리 건강관리와 관련한 앱을 의료기기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제정된 식약처 모바일 앱 가이드라인을 보면 의료기기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전송받아 표시하거나 의료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앱은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피부에 센서를 부착해 상태를 확인하는 앱이나 진단과 치료에 이용되는 앱도 모두 의료기기에 해당된다.

앱의 안전성과 성능, 임상정보, 개인정보보호, 기재사항 등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신 다른 의료기기 없이 앱만 개발한 회사라면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가 면제된다.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은 레저용으로 분류된 심박수와 맥박수 측정 앱이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건강 수치를 입력하는 앱일 때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덱스콤의 경우 혈당측정기는 물론 모바일 앱까지 모두 허가 절차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최윤섭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겸임교수는 “덱스콤은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 사례”라며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용자 편의를 위해 모바일 앱에 대한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건강관리 앱에 안전성과 보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잘못된 정보가 전송되면 환자 건강관리에 역효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앱의 허가 절차를 받으려면 1년이 소요되는 등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성이 필요한 모바일 앱은 의료기기법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다만 FDA의 흐름에 맞게 올해 상반기 안으로 모바일 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