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깨고 산업자본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을 허용하려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뜨고 있는 신생 업종인 핀테크(Fintech) 산업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핀테크란 금융과 IT를 결합해 인터넷·모바일 공간에서 소비자들에게 대출·송금·결제·투자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산업을 말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결제·송금·대출·펀드투자 등 여러 핀테크 분야를 아우르는 핀테크 서비스의 '용광로' 같은 존재다. 소비자는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은행 직원과 화상 연결이나 전자서류를 통해 금융 소비자가 본인임을 확인한 다음, 인터넷에서 계좌를 열어 상품 결제와 자금 이체를 하고, 대출이나 펀드투자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일반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한도 규정을 없애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속속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IT 기업 소니는 보험 자회사를 통해 일본 사쿠라은행과 각각 8대2 비율로 투자해 인터넷전문은행인 소니뱅크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지분뱅크는 시중은행인 미쓰비시UFJ와 통신회사 KDDI가 지분을 50%씩 출자해 설립했다. 일본 인터넷은행들은 저비용 구조에 바탕한 혁신 경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BI스미신넷뱅크는 인터넷으로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는 주택담보대출을 팔고 있고, 이체수수료는 제로(0)다. 이러한 장점을 내세운 스미신넷뱅크는 출범 8년 만에 200만명의 고객을 끌어모았다. 일본 인터넷은행들은 2000년대 이후 연평균 32% 성장하면서 총 자산이 110조원대(2014년 3월 기준)로 덩치가 커졌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방대한 고객 정보를 '빅데이터'로 관리하면서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서의 고객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한 IT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은 일본 금융시장에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기업·IT 기업들은 은행 지분 소유 제한에 묶여 은행업 진출이 사실상 봉쇄돼 있다. 이 교수는 "IT기업 등에 지분 소유를 확대하면 대주주 지위로 인터넷은행을 설립해 안정적인 오너십을 구축하고, 금융회사에는 부족한 혁신정신으로 금융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또한 금융회사 입장에서 IT 기업과 협업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면 IT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을 1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대기업의 인터넷은행 설립이 허용되면 국내 대표 IT 기업들이 은행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나섰고, 네이버도 은행권과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계약을 맺고 오는 6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T 기업에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가 발급되면 굳이 은행과 출금 계약을 맺을 필요 없이 직접 예금을 수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