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 금발, 흰 피부. 흔히 '백인(白人)'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이런 외모의 백인이 등장한 것은 8000년도 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현생 인류(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가 탄생한 뒤 대부분의 역사는 짙은 피부색의 사람들이 만들어왔다는 뜻이다.

미 하버드대 데이비드 라이히 교수는 "유럽 전역에서 채취한 고대인 83명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8000년 전에는 유럽인들도 검은 피부를 갖고 있었다"고 4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스페인·룩셈부르크·헝가리 등에서 8500년 전 살았던 유럽인은 피부 색을 하얗게 하는 유전자가 없었고 외모도 흑인과 비슷했다.

하지만 7700년 전 유럽인들에게서는 피부를 하얗게 하는 유전자와 푸른 눈과 금발을 만드는 데 작용하는 'HERC2/OCA2' 유전자가 발견됐다. 즉 8500년 전부터 7700년 전 사이에 백인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피부를 하얗게 하는 유전자는 터키와 이란 등 서(西)아시아 지역의 고대인들이 갖고 있었지만, 이들은 유전자가 역할을 하지 못해 피부색이 짙었다"면서 "서아시아인들이 유럽으로 이주해 유럽인과 짝을 맺으면서 백인이 탄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인과 서아시아인 모두 당시에는 짙은 색 피부였지만, 이들이 함께 자손을 낳으면서 백인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라이히 교수는 "사람은 햇빛을 이용해 비타민D를 합성하는데, 햇빛이 적은 고위도 지역일수록 피부색이 옅어야 비타민D를 쉽게 만들 수 있다"면서 "이런 환경 적응의 결과로 백인이 유럽을 점령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자연인류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