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의 체온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종전보다 2배 향상된 열전(熱電) 소재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는 지금까지 일본과 미국에서 개발돼 상용호된 열전 소재 가운데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성균관대, 강원대와 공동으로 비스무스 안티몬 셀룰라이드 화합물을 이용해 전기를 열로, 열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을 종전보다 2배로 끌어올린 열전 소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열전 소재 개발 기술은 학술적인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3일자 인터넷판에 소개됐다.

열전소재는 반도체 공정이나 수십년을 날아 행성을 탐사하는 우주 탐사선, 열을 감지해 날아가는 열추적 미사일 등 특별한 목적에 제한해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사람 몸이나 차량의 엔진 등에서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바꿔 재활용하는 ‘에너지 하비스트(energy harvest)’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개발된 열전소재는 대부분 전기가 잘 통하면 열도 잘 통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열전소재의 효율을 높이려면 전기는 잘 통과하되 열이 잘 통하지 않아야 한다.

연구팀은 기존에 열전 소재로 사용했던 비스무스 안티몬 텔룰라이드(Bi-Sb-Te) 계열을 소재를 그대로 활용해 이런 특성을 향상시키는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 가루에 열을 가하고 압축해 한 덩어리로 만드는 이른바 ‘소결’기술을 활용하면 전자만 잘 이동하고 열은 잘 통하지 않은 특성이 생긴 것이다. 손바닥의 4분의 1 크기의 소자로 만들면 작은 전구나 발광다이오드(LED)를 켤 수 있는 수준이다.

김성웅 성균관대 교수는 “70년간 소재를 바꿔가며 이런 열전소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좀처럼 현재 수준의 효율을 뛰어넘지 못했다”며 “이번 기술은 상온에서 변환 효율이 종전보다 2배 가까이 향상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일본의 고마츠처럼 열전소재를 실제 시장에 공급하는 회사는 물론 미국과 일본, 독일의 연구실 수준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현재 상용화된 열전소재의 3.1배까지 효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량생산을 위해 고른 수준의 효율을 얻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열전소재를 옷에 부착해 모바일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에 전기를 보충하거나 차량 엔진이나 공장의 배기구에 설치해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 BMW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회사들이 이 분야에 주목하면서 차량 분야에서 가장 서둘러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김상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이규형 강원대 나노응용공학과 교수, 문현아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고 김성웅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 연구위원과 이영희 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물리학과 교수)가 교신저자와 공저자로 참가했다.

특히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소결기술을 제공해 기술 개발을 서둘러 마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과 함께 이 분야의 관련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다.

김상일 전문연구원은 “친환경 열전 발전 기술과 응용 분야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열전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