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비히클의 조립식 자동차 태비.

구글이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에도 원하는 대로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조립식 자동차 회사 OS비히클(OSVehicle)이 구글에 인수합병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구글은 원하는 대로 휴대전화를 조립할 수 있는 아라(Ara)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런 전략이 과거 PC 산업 패권이 완제품 중심에서 조립PC 중심으로 옮긴 것처럼 시장 틀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전기자동차도 레고 블록처럼 조립

구글이 이번에 인수한 OS비히클은 DIY 자동차 회사다. 두 회사 모두 구체적인 인수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OS비히클 이용자는 홈페이지에서 엔진과 바퀴 등 재료를 각각 구입해 설명서를 보고 직접 조립한다. OS비히클 홈페이지에는 공학 지식이 없어도 1시간 만에 자동차 한대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공개돼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태비(Tabby)'의 가격은 쓰는 부품에 따라 5350달러~8000달러선이다. 태비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2인용 ‘태비’와 도로에서 실제로 도로에서 운행이 가능한 4인용 ‘어번 태비’다.

구글은 OS비히클 인수를 통해 조립식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틴 황 리우 OS비히클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회사 설립 때부터 우리의 비전은 쉽게 조립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 조립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며 "구글은 이런 꿈을 추진할 자원과 열정을 가진 회사”라고 말했다.

OS비히클이 판매중인 ‘태비’

◆ 확대되는 DIY 시장…제조업 생태계 흔들까

구글의 DIY 전략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에서도 같은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공개한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Ara)'를 통해서다. 수천개의 초소형 부품을 일일이 맞추는 게 아니라 몇개의 부품을 하나로 묶을 모듈을 조립하는 식이다. 레고 블록처럼 개인이 원하는 부품과 기능을 맞춰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또 사용하다 다른 기능이 필요하면 갈아 끼우는 것도 가능하다.

구글의 아라 프로젝트 책임자인 폴 에레멘코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마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생태계처럼 스마트폰 하드웨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아라폰.

자동차 산업도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런 혁신이 가능해졌다. 전기차는 기계의 영역인 엔진이 아니라 전자(電子)의 영역인 모터를 사용한다. 배터리는 물론, 제어 장치도 모두 전자 부품을 쓴다.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만은 "10여년 전부터 자동차도 소비자가 엔진·몸체·외장을 마음대로 조합해 만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고 했다.

DIY 제조방식은 개인화 외에도 저가(低價)라는 장점이 있다. PC도 초기에는 HP나 애플 등 제조사들의 완제품을 썼지만, 기술 자체가 범용화하면서 값싼 조립 PC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올리비에 드 웩 교수는 "조립식 제조 방식은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개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면서도 대량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