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이동통신 1위 기업인 SK텔레콤 임직원들은 지난해 일인당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1일 47개 대기업 집단에 소속된 1351개 계열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지난해 받은 평균 연봉은 1억200만원으로 2년 연속 억대 연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9.6년)를 감안할 때 입사 후 10년이면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만9382명의 국내 임직원에게 지급한 급여 총액은 10조419억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했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은 각각 1억700만원, 1억200만원의 평균 연봉을 기록해 금융권에서 최고 연봉 직장 자리를 굳혔다. 2013년에 비해 300만원이 줄었지만 SK텔레콤도 억대 연봉을 유지했다. 총 9만9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현대차·기아차는 각각 9700만원으로 공동 4위에 올랐다.

◇IT·자동차 선두권… 플랜트·정유 등 부진

본지 조사 결과 대기업들의 평균 연봉 순위는 한국 산업계의 최근 현상인 'IT·자동차는 약진, 중공업은 고전'이란 흐름과 일치했다. 삼성전자 이외에 IT 제조업에서는 삼성SDS가 평균 임금 8000만원을 넘겼고 삼성SDI·SK하이닉스 등이 7000만원대로 집계됐다. 현대차·기아차·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 외에 자동차 부품업체 한라비스테온공조(8844만원)도 고액(高額) 연봉 직장 반열에 올랐다. 한국타이어가 작년 말 인수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조4500억원에 영업이익 3700억원을 올린 '알짜 회사'이다.

한때 대표적인 고임금 업종이던 철강·조선·건설플랜트 분야에선 불황 그림자가 투영됐다. 철강업계의 맏형 포스코와 후발주자인 현대제철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 게 이를 상징한다. 지난해 현대제철 평균 임금은 8700만원, 포스코는 8200만원이었다. 두 회사는 2012년 7900만원으로 같았으나 2013년 200만원, 지난해 500만원씩 현대제철이 각각 더 많아졌다. 영업이익률에서도 현대제철(8.9%)이 포스코(4.9%)를 추월했다.

불경기(不景氣)로 연봉이 계속 떨어지는 기업도 여럿 나왔다. 정유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012년 7257만원, 2013년 6714만원, 지난해 6593만원으로 매년 평균 연봉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7300만원)은 2년 새 900만원이 줄었다.

에너지 업종에서는 서울도시가스(평균 연봉 1억원)가 1위에 올랐다. 서울도시가스는 대성그룹 계열의 도시가스 공급업체로 강서구 등 서울 서부 지역과 경기도 고양·파주·김포시 일대에서 영업을 한다. 직원 수는 567명이다. 금융권의 고액 연봉 직장인 신한지주와 KB금융의 직원 수는 각각 155명, 168명이다.

◇동일 그룹·기업 안에서도 연봉 격차 확대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은 대기업 계열사들 가운데 실적과 사업 모델 등에 따라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해 삼성그룹 계열사를 통틀어 호텔신라 임직원들의 평균연봉(4500만원)이 가장 낮았다. 이는 저임금 서비스직이 많은 사업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SK그룹에서도 SK텔레콤은 1억원이 넘는 반면 태양광업체 SKC솔믹스는 3600만원에 그쳤다. LG그룹의 경우 서브원(4200만원)은 ㈜LG (850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문 경영인 연봉과 일반 직원의 평균 연봉 차이도 확대되고 있다. 가장 큰 격차를 보인 기업은 삼성전자로, 신종균 IM사업부 사장이 받은 보수총액과 직원 평균 임금과는 142배 차이가 났다.

전문가들은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가 기업 또는 직원들이 '경쟁하는 동료 집단(peer group)'이 어디인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인사관리 컨설팅기업인 타워스왓슨코리아의 김기령 사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경쟁 동료 집단은 애플·인텔과 도요타·GM 등 해외 선진국 기업이기 때문에 이들 임금 수준에 맞추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한국 땅'에서만 경쟁하는 내수 기업은 임금을 계속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