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 시장에서 강(强)달러에 베팅하는 '달러 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연내에 단행하면 달러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해 원화를 달러로 바꿔놓고 길목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자산이 많은 큰손들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까지 자산의 일부를 달러로 바꿔두겠다며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달러 사재기 수요가 늘면서 지난 2월 국내 달러예금 잔액은 작년 말 대비 30억달러 늘어난 38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일 기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102원으로, 지난 16일 2013년 7월 이후 최고치(1131원)를 찍은 뒤 서서히 내림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 평균은 1122원이었고 통상 1120원을 기준으로 아래위 100원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미국이 금리를 천천히 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6개월 동안은 강달러(원화 약세)가 소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향후 6개월이 달러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달러 테크를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는 달러예금과 달러환매조건부채권(RP), 달러펀드 등이 꼽힌다. 은행들이 판매하는 달러예금은 1년 만기 0.5~0.7% 정도로 낮은 금리이기 때문에 그냥 안전하게 은행에 보관한다는 목적에서 접근하는 것이 알맞다.

또 외화를 투자 목적에서 사고팔면 1달러당 20원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환율이 더 올라줘야만 이득이다.

달러를 전신환 환율로 샀다가 현찰로 찾고 싶다면, 은행에 현찰 수수료(1.5%)를 내야 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대우·삼성·신한 등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달러RP는 달러예금보다는 약간 금리가 높아 1년 만기 약 1%까지 가능하다. 달러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 뒤에 재매입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은행 달러예금과 달리, 달러RP는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한다.

황세영 씨티은행 강남CPC센터장은 "달러테크를 할 때 달러예금과 달러RP모두 금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수익을 높이고 싶다면 달러로 운영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도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일명 '달러펀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미국 달러로 가입하는 '미국채권펀드'를 국내 운용업계 최초로 내놨다. 펀드 기준가가 달러로 표시되며, 달러를 보유 중인 투자자는 환전할 필요 없이 바로 가입할 수 있다.

김진하 미래에셋운용 상무는 "달러는 국내에선 운용 수단이 많지 않아 현찰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미국채권펀드는 달러예금보다는 약간 높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알맞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앞서 지난 2월 신흥시장 고배당 주식에 달러로 투자하는 미국 웰스파고자산운용의 배당주 펀드를 내놨는데, 최소 가입 금액은 2500달러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도 오는 5~6월에 달러로 가입하는 펀드를 각각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