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한국SC은행의 영업권(good will·키워드)을 전액 상각(손실) 처리했다.

한국SC은행 영업권의 전액 손실 처리는 저금리 장기화 기조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은행 영업 환경이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는 과거 제일은행 인수에 따른 미래 경제적 효익이 아예 사라졌다고 판단했다는 뜻으로 SC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SC그룹은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한국SC은행의 영업권을 17억5800만달러(약 2조원)으로 계상했으나 2013년 이중 10억달러를 손실 처리한데 이어 이번에 나머지 7억5800만달러도 상각처리했다.

한국SC은행 관계자는 “한국의 영업권을 전액 상각했다”며 “경제성장률 하락과 은행 영업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업권을 재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영업권 상각은 본사의 장부가치가 바뀌는 것이지 한국의 회계 사항이나 현금흐름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SC그룹은 지난달 주주들에게 배포한 실적보고서에서 1억8100만달러에 달하는 전체 구조조정 비용 중 25%가 한국의 중복 사업 정리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한국이 어려운 시장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 SC저축은행에 이어 연내 SC캐피탈 매각을 매듭짓겠다는 뜻을 밝혔다.

SC그룹의 2014년 그룹 영업이익은 42억3500만달러로 2013년(60억6400만달러)보다 30% 감소했다. 한국 영업권 상각에 따른 손실분은 그룹 세전 영업이익의 14%를 차지했다.

한국SC은행은 초기부터 소매영업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지난해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실시했다. 한국SC은행은 지난해 64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3년 116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대손준비금 반영 후 조정 이익도 3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순이자마진률(NIM)은 2.05%로 전년대비 0.15%포인트 떨어졌다.

이러한 한국SC은행의 실적 저조와 잇따른 구조조정은 ‘한국 철수설’을 주기적으로 낳고 있으나 SC그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국SC은행은 한국인 최초 행장인 박종복 행장 취임 이후 태블릿PC를 이용한 뱅킹 도입 등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박 행장은 지난 2월초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소매금융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최신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뱅킹유닛과 이동식 팝업 데스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통그룹인 신세계와 전략적 제휴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영업권이란
경영 환경, 정부 규제 등을 감안해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를 평가해 자산 개념으로 가치를 평가한 무형자산이다. 부동산의 권리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무형자산의 공정가치는 그 자산에 내재된 미래 경제적 효익이 기업에 유입될 확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따라서 경영 환경이 악화돼 기대 수익이 내려가면 영업권의 가치가 낮아지고 그만큼 손실로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