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현재는 성장과 물가 등 거시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보다 경기가 우선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분간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경기가 둔화되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등 통화정책의 경기 대응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갖고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위험)도 같이 보겠지만, 이는 금융 당국과 별도로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시장 안정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최근과 같이 저물가-저성장이 이어지는 동시에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면 한은은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총재가 "거시경제 요인을 금융시장 안전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한 것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경기 둔화에 맞서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도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총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총재가 언급했듯이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기준금리의 방향은 (미리 한쪽으로 명확하게) 제시할 수도 없고 제시해도 안되는 환경"이라며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이르면 6월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9월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큰 것 같다"고 전제한 뒤 "모든 가능성을 상정해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바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회복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한은 수장으로서 1년의 소회를 밝히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외부 압력이 있었다는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이 전개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는 한은의 노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정부나 국회, 언론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정부나 국회 관계자가 한은 통화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시장과 통화정책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언급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