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여는 이른바 '수퍼 주총 데이'가 막을 내렸습니다. 13일 삼성전자·포스코·LG화학 등 68개사가 주총을 연데 이어, 20일과 27일에도 각각 400여개와 800여개 업체가 주총을 개최했습니다.

◆ 각본대로 모범답안 읽는 직원 주주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이 싱겁게 끝났다는 점입니다. 상정된 안건들을 시작한 지 20~30분 만에 원안대로 통과시켰습니다. 에스원(012750)주총은 오전 9시에 시작해 9시 20분에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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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대부분은 '주주 직원'들로 주총장을 채웁니다. 이들은 이사 선임 안건이 나오면 "그간 회사에 기여한 부분이 많다", "꼭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말로 '모범 답안'을 읽습니다. 그리고는 원안대로 승인을 제청해 빠른 진행을 돕습니다.

지난 20일 열린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주주총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회자의 개막식 안내 문구부터 의장인 구자영 부회장의 개회사, 안건 회부와 주주 동의 과정을 연극 각본처럼 미리 작성했고, 이를 현장에서 직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각본에는 반대 의견이 나오면 바로 원안 찬성 발언을 해 분위기를 전환하라는 지시가 적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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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끔한 일침 소액주주…무시하는 경영진

눈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장면들도 나왔습니다. 회사의 대표로 나온 의장이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거나, 주주들이 단상을 점거하기 위해 사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KT(030200)주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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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경영권 분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NC소프트의 주주총회에선 가족경영이 문제가 됐습니다. 김택진 NC소프트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사장과 동생 김택헌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택진 NC 대표는 "저는 가족경영에 대해 굉장히 거부감을 갖고 있고 없어져야 할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법적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감싸기에 급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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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는 주식회사의 주요 사항을 의결하는 최상위 의사 결정 기구입니다.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으로서 향후 전략과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자리이지요. 기업들이 주총을 '귀찮은' 행사정도로 여기는 태도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