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 "노인 빈곤율 낮추는 데 도움될 것"
"액수로 孝 판단하나…편법에 악용될 것" 반발도 거세

올 초에 결혼한 경기 과천에 사는 김 모씨(31)는 벌써부터 다가 올 5월이 걱정이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어버이날로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드려야 할 용돈이 배가 됐기 때문이다.

5월에 줄줄이 예약된 결혼식도 한숨을 쉬게 만든다. 김 씨가 이미 초대받은 5월 결혼식만 3개다. 연말정산 분납도 남아있다. 김씨는 텅 빌 월급통장을 생각하면 한 달쯤은 부모님 용돈을 건너뛸까 생각이 들다가도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릿 속이 복잡하다.

김씨처럼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소득공제 항목에 부모님 용돈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직계후손이 매월 주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한 경우 그 금액을 해당 과세 기간의 종합소득금액에서 공제한다. 다만, 금액이 연간 6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은 공제하지 않는다. 법안이 통과되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김 의원은 법이 시행되면 노인빈곤률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노인 빈곤은 노후 소득보장이 거의 안 되기 때문에 일어난다"며 "국민연금과 노인 일자리 확충이 노인 소득 증가에 현실적 대안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직계후손이 지급하는 용돈이 노인 소득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1월 2013년 노인 빈곤율이 48%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전체 빈곤율 13.7%의 3.5배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2012년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번 소득세법 개정으로 자식들이 보다 부담 없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이를 통해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효를 고취시킨다는 법 취지와 달리 자식의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반응이다.

김 씨는 이 법안을 보자 “용돈을 얼마 드렸는지 알 수 없지 않느냐”며 “돈으로 효도하려는 것 보다 그냥 부족한 데 보태라고 드리는 건데 법으로 규정해 버리면 효도를 돈 액수로 판단하려 하는 거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용돈을 증명할 방법이 애매하고 탈세와 편법 등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 장안동에 사는 김 모씨(29)는 이 법안에 대해 “효도 분위기를 촉진시킨다는 측면에서 취지는 좋은 것 같다”며 “하지만 일부러 통장 거래를 하거나 일일이 영수증을 첨부하는 등 증명 방법이 애매하고 불편해 실효성이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잠실동에 사는 손 모씨(32)도 “부모에게 통장으로 돈을 보내고 그 돈을 다시 자식에게 돌려주면 법 취지도 못 살리는 것은 물론 탈세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