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27일 열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사장이 사장에 임명될 만큼 회사에서 능력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다."
"넷마블게임즈 주식을 상식을 벗어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 이면에 김택진 대표가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욕심이 작용했다."
"NC다이노스 야구단 인수는 김택진 대표 개인의 취미를 위한 것 아니냐."
"세월호 선장과 선원을 보는 느낌이다. (주주로서) 같이 배 타고 어리석게 기다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지하 1층에서 열린 엔씨소프트(036570)(NC소프트)의 주주총회에서 개인 주주들이 김택진 대표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개인 주주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주총은 예년보다 긴 1시간 20분 동안 계속됐다.

최대주주로서 엔씨소프트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넥슨 측 한경택 넥슨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번 주총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발언할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 소액주주들이 나서서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굳이) 넥슨이 많은 발언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엔씨소프트 주식을 100억원 규모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한 개인 주주는 가족경영과 넷마블 지분 교환(상호 지분 투자), NC다이노스 야구단 인수 등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김택진 대표는 이 주주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질문을 예상한 듯 윤송이 사장이 맡은 북미법인(엔씨웨스트)의 실적 자료를 주총장 대형 화면에 띄웠다.

김 대표는 "윤송이 사장은 저와 함께 10여년간 실제 경영에 참여하며 미국과 해외 시장에서 중심 역할을 했다"며 "윤송이 사장은 미국 법인의 누적 적자가 1700억원에 달한 시기에 북미 법인을 맡아 모든 것을 책임지고 운영하면서 적자를 흑자로 돌려놨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가족경영에 대해 굉장히 거부감을 갖고 있고 없어져야 할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가족경영 형태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재산축적에 쓰이는 것과 달리, 우리(윤송이 사장과 동생인 김택헌 전무 포함)는 모든 법적 책임을 지고 있으며, 책임과 헌신, 봉사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된 넷마블과의 상호 지분 투자에 대해 김택진 대표는 "굉장히 멋진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인수 가격이 적정했으며 주주가치에도 좋다는 것이다.

야구단 운영에 대해 김택진 대표는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설명했다. 그는 "회사는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며, 회사가 사회에 기여한 가치에 대해서도 평가받아야 한다"며 "또 게임사가 의도하지 않은 사회적 부작용도 야구단이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단은 훌륭한 마케팅 도구로서 회사 이미지를 좋게 하고 고객군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엔씨소프트 주식 7500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또 다른 주주는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현재 17만원대로, 최근 1년 중 기록한 최고점(23만원) 대비 하락했다. 이 주주의 발언 중 다른 주주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택진 대표는 "저는 개인 기준으로 엔씨소프트 최대주주로서, 주가가 떨어지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이라면서 "경영을 방만하고 나태하게 해서 주가가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인 모바일 게임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며 "모바일 시장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넷마블은 단순 투자 과정이 아니라, 제1의 모바일 게임사와 경영에 관해 제휴를 맺은 것으로 회사에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김택진(상단 왼쪽 두 번째) 엔씨소프트 대표가 27일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넥슨이 앞서 요청한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시행하라는 넥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택진 대표는 "전자투표제는 장점도 있고 부작용도 있는 사회적 이슈이기 때문에 좋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생각하겠다"며 구체적인 의견 표명을 피했다.

또 다른 주주는 김택진 대표를 세월호 선장에 비교하고 김택진 대표의 인품이 사내이사 재선임에 적당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하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내놨다.

이에 대해 김택진 대표는 웃으면서 "세간의 루머를 집약해서 말씀해주신 것 같다"면서도 "주주총회 안건에서 벗어나 시간을 지체시키는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말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주주가 말씀하신 것처럼 엔씨소프트가 합법과 불법의 그레이 영역(경계 선상)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정도(正道)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표결에서 김택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하는 주식 수가 69만주 나왔다. 하지만 찬성 주식이 1096만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00억원 대 엔씨소프트 주식을 갖고 있다는 주주는 김택진 대표와 윤재수 엔씨소프트 CFO에게 주총 마지막 질문으로 "넷마블과의 제휴가 경영권 방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김택진 대표는 "양심을 걸고 (상관이) 없다"며 "시기적으로 넷마블과의 협상 합의가 (경영권 분쟁 중) 있었고 오해가 있어도 정면 돌파하자는 생각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치 부끄러움이 없으며 경영권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