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키팅 지음|박종근 옮김|한빛비즈|376쪽|1만6000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1998년 이 스타트업이 사업을 선보였을 때였다. 언론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지금 이 회사는 매출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대기업으로 컸다. 미국의 동영상스티리밍서비스 회사인 넷플릭스 얘기다. 넷플릭스는 현재 영화 판권, 프라이버시(개인정보), 광대역 데이터, 웹 트래픽 관련 법까지 쥐고 흔드는 공룡이 됐다.

저자 지나 키팅은 “이 책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넷플릭스 성공의 역사를 고스란히 전하며 용기를 주고 싶다”고 소개한다.

넷플릭스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헤이스팅스는 사업을 구상하던 1997년에만 해도 DVD가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회상한다. 헤이스팅스는 곧 DVD 시대가 열린다는 친구의 말에 무작정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타크루스의 타워레코드로 달려가 CD 한 장을 샀다. 그러고는 CD를 우편봉투에 넣어 자신의 집으로 부쳤다. 24시간 후, 우편물이 도착했고 CD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창업의 계기였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후에도 넷플릭스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줄 웹사이트나 콘텐츠는 전혀 없었다. 키팅은 “회사 관련 사진조차 없었기 때문에 경영진은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반응에 부딪혔고, 업계의 냉정한 평가도 이어졌다”고 했다. 심지어 넷플릭스를 향해 ‘사업의 발상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고, 사람들은 이런 식(DVD배송)의 서비스를 찾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헤이스팅스의 용기와 냉철함이 빛났다고 저자는 쓴다. 헤이스팅스는 1999년 도시바의 한 영상콘텐츠 담당자 설득에 겨우 성공했다. 휴렛팩커드, 애플과도 힘겨운 과정 끝에 손을 잡게 된다. 그의 전화와 이메일조차 받지 않으려 했던 소니는, 넷플릭스가 이 회사들과 계약에 성공하자 결국 먼저 손을 내밀었다.

키팅은 넷플릭스 역사에서 2006년을 가장 중요한 시기로 꼽는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 때 상금 100만달러(약 11억원)를 걸고 ‘넷플릭스 프라이즈’를 개최한다. 이는 회사가 한층 더 정교한 데이터 분석 기법을 선보이는 계기가 됐다.

책은 1997년부터 2010년까지 넷플릭스의 탄생부터 갈등, 위기, 성장에 이르기까지 전모를 담았다. 키팅은 1년 단위로 잘라 담담하게 넷플릭스를 이야기한다. 책에 나오는 헤스팅스의 면모는 무서울 정도로 끈질기면서도 냉철하다.

넷플릭스의 성공 스토리는 그동안 신생 창업자나 예비 창업자들에게 관심거리였지만 관련 서적은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반가운 책이다. 2010년 이후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 시대를 맞은 넷플릭스의 현재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