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아·아동 의류 1위 기업인 제로투세븐이 매년 두 차례씩 중국 상하이에서 여는 상품 전시회는 중국 전역에서 온 바이어들로 북새통을 빚는다. 이 회사가 한국의 고급 브랜드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 2월에 열린 행사에는 모두 210억원이 넘는 판매 계약이 현장에서 이뤄졌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제로투세븐의 중국 매출은 총매출액(2446억원)의 12%에 달하는 293억원에 달했다. 2009년 69억원에 그쳤던 중국 매출이 5년 새 4배 넘게 불어났다. 이동민 제로투세븐 중국법인장은 "올해부터 산아제한(産兒制限) 정책까지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 더 높은 성장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잘나가는 한국 유아·아동 전문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은 유아·아동(0~12세) 시장 규모가 연간 200조원에 이르는 대형 시장이다. 고급 품질에다 한류(韓流) 프리미엄을 잘 활용하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대신하는 유망 시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은 韓國産 선호

한국 유아·아동용품 관련 기업들의 중국 공략 무기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주 공략 대상은 구매력 있는 중상층 소비자들의 자녀다.

진출 초기인 2004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현지 매출이 2010년 이후 1000억원대를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한 유한킴벌리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중국 프리미엄 기저귀 시장에서 일본과 미국 등 글로벌 업체를 제치고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영일 유한킴벌리 차장은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선 점유율이 60%를 웃돈다"며 "현지법인이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한국 대전공장에서 도맡아 직접 수출한다"고 말했다.

갓난아기들이 먹는 분유시장에서도 국내 브랜드는 급성장하고 있다. '금전명작'과 '궁' 등을 판매 중인 매일유업은 지난해 매출이 34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4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남양유업도 지난해 매출이 2011년의 4배 수준인 220억원을 기록했다. 남상문 매일유업 이사는 "한국 분유는 중국 엄마들의 모유(母乳)와 비슷해서 미국·유럽 제품보다 흡수가 잘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국내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는 제품도 있다. 오리온의 '고래밥'은 지난해 국내에선 매출이 250억원이었지만, 중국에선 6배인 1500억원을 기록하며 현지 비스킷 시장에서 단일 품목 1위에 올랐다. SPC그룹의 제과점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도 우유 등 프리미엄 원료로 만든 제품이 인기를 끌며 중국 내 매장이 120개에 이르고, 지난해 매출이 1228억원에 이를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품질 관리·현지화 등 체계적 공략을"

해마다 신생아 1700만명이 태어나는 중국 시장은 내수 부진을 겪는 국내 소비 제품에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은 유아·아동복 시장 규모만 해도 지난해 24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할 만큼 시장 규모가 거대하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려면 제품 품질과 마케팅 등 체계적인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지화도 필요한 요소로 꼽힌다. 제로투세븐의 브랜드인 '알로앤루'가 현지 전통 의상(衣裳)을 본떠 중국 단독 상품을 출시하고, 파리바게뜨가 엄마와 자녀가 참여하는 케이크 만들기 교실 등을 진행하면서 현지 소비자의 마음을 얻은 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오리온의 고래밥도 밀가루를 쓰는 국내와 달리 현지에서 많이 나는 감자를 주원료로 만들어 영양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의 '티몰' 같은 현지 온라인 유통망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권도하 한국무역협회 중국실장은 "안심 먹거리, 품질 안전 등을 주(主) 무기로 중국 아기 엄마들의 마음잡기에 성공한 만큼 이를 이어가려면 더 철저한 품질 관리가 필요하다"며 "중국 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산부인과 등 다양한 마케팅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