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제철소 인근에 자리 잡은 포스하이메탈 공장. 이곳은 고순도(高純度)의 '페로망간(FeMn)'이란 물질을 만드는 공장이다. 페로망간은 광양제철소에서 강판을 만들 때 일종의 첨가제처럼 넣는 필수 원료다. 공장 내부는 건물 7층 높이에다 내부 온도가 섭씨 1500도에 달하는 전기로(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후끈했다.

전기를 이용해 쇳물을 끓이는 이 공장은 포스코ICT와 함께 2013년 초부터 18개월간 60억원을 들여 전(全) 공정에 1만5000여개의 온도·압력·전력·분진 등 각종 측정 센서를 설치했다. 연간 450억원씩 들어가는 전기료 중 일부를 절감하고 작업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 공장은 분진(粉塵)이 많이 발생한다. 원료인 망간광석을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 전기로에서 녹이고, 최종적으로 만든 페로망간을 다시 잘게 부수는 과정에서 온갖 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포스하이메탈은 공장 곳곳에 설치된 분진 측정 센서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센서는 공장 내의 먼지양을 측정, 집진기의 지능형 인버터(inverter)에 무선으로 신호를 보낸다.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데이터에 따라 먼지를 빨아들이는 집진기는 가동 속도를 높이거나 늦춘다.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공정을 진행할 때는 집진기가 자동으로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가동한다. 공장의 먼지 농도를 조절하는 모든 과정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

특정 설비에서 전기를 많이 쓰는 이상 징후가 포착될 때는 전력량 측정 센서가 즉각 통합관제실의 모니터와 담당자의 스마트폰에 경고를 보낸다. 전력거래소와 사전에 약속한 '최대 전력사용량'에 가까워져도 경고를 하고 스스로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인다. 포스하이메탈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적용한 이후 연간 16억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 7만킬로리터(kL)의 간장을 생산하는 경기도 이천의 샘표식품 공장도 2013년 11월 보일러에 전기·가스 소모량, 온도·압력 등 각종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들을 설치했다. 콩을 찌고 발효시켜 간장을 만들기 위해선 보일러가 24시간 돌아가야 한다. 기존엔 보일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사람이 1시간마다 확인해 급유·급수량 등의 수치를 수기(手記)로 대장에 옮겨 적었다. 야간 당직도 섰다. 이젠 센서가 15분마다 보일러를 체크해 중요 수치를 컴퓨터로 전송한다.

포스하이메탈과 샘표식품이 도입한 시스템은 최근 산업계에서 큰 화두로 부상한 사물인터넷(IoT·키워드)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이미 생산 현장과 일반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사물인터넷은 각종 물건이나 제품들이 인터넷과 연결돼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는 주인이 집에 도착하면 전등과 TV가 스스로 켜지는 식의 '스마트홈'이 주된 활용 사례로 알려졌다. 이젠 자동 판매기가 사람들이 언제, 어떤 음료수를 뽑아 먹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자판기 본사에 전송하는 시대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판매 전략을 정밀하게 수립할 수 있다. 구글이 개발한 무인차(無人車) 역시 사물인터넷의 집합체다.

글로벌 기업 GE(제너럴일렉트릭)는 항공기에 수백개의 각종 센서를 부착하고, 비행기가 움직이는 순간마다 연료 소비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정보(빅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착륙할 때 항공기 날개 위치를 어떻게 바꾸고, 하강 속도가 얼마일 때 연료가 가장 적게 드는지 등을 분석해낸 것이다. 2011년부터 GE와 함께 사물인터넷을 적용해 온 이탈리아의 항공사 알리탈리아는 시행 첫해에 총 연료비의 1.5%에 해당하는 1500만달러(약 165억원)를 절감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2013년 2조2800억원에서 연평균 30%가량 성장해 2020년에는 22조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도 2020년까지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1만 개의 스마트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 절감 쪽에 치우쳐 있는 사물인터넷 기술은 2020년이 돼야 다양한 분야에 쓰이며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ICT 김종현 IO(신사업발굴)실장은 "공장을 완전 자동화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센서·기기가 제공하는 정보가 100% 정확하다'는 신뢰를 줄 정도로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각종 기기에 통신과 센서 기능을 부착해 스스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작동하거나 원격 조종하는 기술.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하이패스 단말기와 감지기가 무선 통신을 하면서 요금을 징수하고 차단기를 올려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