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가입자 1000만 가구를 돌파한 IPTV(인터넷TV) 업계가 본격적으로 매출 확대에 나섰다. 가입자 늘리기에 급급하던 전략에서 벗어나 VOD(주문형비디오)와 화질(畵質)·음질(音質) 개선, 독점 콘텐츠 공급 등을 통해 수익 챙기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IPTV 가입자는 KT가 최근 600만 가구를 확보했고 이달 말에는 SK브로드밴드가 300만, LG유플러스가 230만 가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유료 VOD 매출은 이미 IPTV의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VOD는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최신 영화나 해외 드라마, TV 다시 보기 등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유료방송 업계의 VOD 매출 규모는 2010년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23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IPTV 업계가 해외 드라마, 최신 영화 확보에 나선 것도 이런 시청자들의 취향 변화를 반영한다. LG유플러스는 미국의 인기 채널 HBO 프로그램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이를 통해 VOD로 선보인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한 달 만에 40만건의 시청 횟수를 기록했다. 한 편 시청료가 1000원이니 이 드라마로만 4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미국 드라마의 한 달 평균 시청 건수(2만건)의 20배에 달하는 실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애니메이션 등 독점 공급할 수 있는 콘텐츠의 비중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소니픽처스 등 해외 메이저 제작사와의 계약 및 펀드 투자를 통해 독자 콘텐츠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IPTV용 셋톱박스도 기능이 진화하고 있다. KT의 '올레 기가 UHD' 서비스는 전용 셋톱박스를 설치하면 풀HD(고화질) 화면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하나의 프로야구 중계를 보면서 다른 구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동시에 파악하고 각종 통계를 살펴보는 추가 기능도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영상통화, 홈모니터링 기능을 가진 IPTV 셋톱박스인 'B박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웅장한 저음(低音) 효과를 내는 우퍼 스피커를 탑재한 셋톱박스를 출시했다. 영화관이나 콘서트장에서 들을 수 있는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들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IPTV 가입자 1인당 요금은 1만원대지만 각종 부가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매출은 증가 추세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50대 교수는 "최신 영화뿐 아니라 해외 다큐멘터리나 국내 미개봉 영화 등을 보다 보면 매달 6만~7만원가량을 낸다"고 말했다.